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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그 10년①] 실체 없는 제재, 어떻게 한국 흔들었나


오는 4~7일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과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중 관계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드림콘서트 2026'의 중국 방송 송출과 이달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한한령 해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본 기획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한한령의 경과와 영향을 되짚고 향후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편집자]
사진은 한한령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사진은 한한령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2016년 사드(THAAD) 배치가 공식화한 이후 한중 관계는 급격히 냉각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때 한국 문화 콘텐츠와 소비재의 중국 내 유통이 눈에 띄게 위축되면서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韓限令)'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줄곧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실제로 한국을 특정해 규제한 중국 측 공식 문건이나 법령, 명문화한 행정 명령은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한한령은 하나의 명령으로 존재한 정책이 아니라 심의 기준 변화와 행정 관행, 허가 지연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로 여겨져 왔다. 학계와 산업계가 공통으로 주목하는 대목은 중국의 제약이 특정 분야나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방송·공연·광고·관광·게임 등 전반에서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향은 곧바로 지표로 나타났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한한령이 본격화한 첫해인 2017년 관광·엔터테인먼트·유통·게임 등 연관 산업 전반에서 한국 경제가 약 22조원 규모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수치조차 실제 피해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 보수적 계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수치로 포착되지 않는 간접 손실과 기회비용이 훨씬 컸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한한령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 [사진=태양의 후예 문전사& NEW]

해당 조치로 인해 가장 빨리 타격을 입은 곳은 방송·콘텐츠 업계였다. 2016년 하반기부터 중국 방송사· 플랫폼과 진행되던 한국 예능 포맷 판권 논의가 잇따라 중단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이미 계약을 앞두고 있던 프로젝트조차 심의 단계에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됐다. 한국 배우와 가수의 방송 출연 역시 별다른 설명 없이 편성이 이뤄지지 않거나 탈락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2016년까지만 해도 매달 평균 8~10편씩 이뤄지던 한국 드라마의 중국 판권 판매도 2017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방송 프로그램 수출 또한 급감했다. 한국 TV 프로그램의 대중 수출액은 2016년 6460만 달러에서 이듬해 1690만 달러로 떨어지며 1년 만에 70% 이상 감소했다.

방송사 PD들은 당시 상황을 두고 "공식적인 불허 통보를 받은 적은 없었지만 기획안에 한국 아티스트가 포함되는 순간 논의가 자연스럽게 끝나는 경우가 반복됐다"고 회상했다. 또 "사유를 묻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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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콘서트가 열린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전경. [사진=YG엔터테인먼트]

공연 분야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한국 아티스트가 포함된 공연 기획안은 승인 절차에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거나 검토 단계에서 멈춰 서는 경우가 잦았다.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던 대형 공연은 2016년 하반기 이후 자취를 감췄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정치적 부담이 적은 소규모 팬미팅이나 합동 공연까지 연이어 취소됐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케이팝 공연은 다른 해외 아티스트들과 비교해도 제약이 유독 강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그룹의 경우, 한국 국적 멤버를 제외한 형태로만 출연이 논의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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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거리에 있는 중국어 판넬. [사진=설래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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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홍대 앞 올리브영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사진=연합뉴스]

관광 분야에서도 손실이 두드러졌다. 문화 콘텐츠에서 시작된 제약이 방한 수요 감소로 직결되면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급격히 위축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약 806만 명에 달했던 중국인 방한 관광객 수는 2017년 약 416만 명으로 반 토막 났다. 이로 인해 당시 여행·숙박·면세 유통 전반이 동시다발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뷰티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출 감소뿐 아니라 유통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다"고 전했다. 중국 내 유통망이 막히면서 재고 부담과 현금 흐름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고, 일부 브랜드는 중국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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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한령 당시 게임 업계도 타격이 컸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챗GPT]

게임 산업에서는 제약이 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으로 작동했다. 2017년 이후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이 멈추면서 한국 게임사는 신규 출시뿐 아니라 기존 서비스 확장과 추가 콘텐츠 업데이트에서도 제약받았다. 이는 단발성 규제가 아니라 사업 전반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에서는 판호가 사업의 출발선인데 그 출발선 자체가 사라졌다"며 "단순히 일정이 미뤄진 문제가 아니라 중국을 전제로 한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았던 중소 개발사들은 대체 시장을 빠르게 찾기 어려워 경영 압박이 한층 가중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학계는 이러한 양상을 중국식 정책 집행 방식의 특징으로 해석한다. 한 중국학 전문가는 "중국은 WTO 체제 위반 소지를 피하고 외교적 갈등을 '민간·시장 문제'로 비가시화하기 위해 일본, 호주, 리투아니아 등에서도 명문화한 제재 대신 행정지도, 비공식 지침, 심사 지연과 같은 방식을 활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박용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한한령은 외교·협상 국면에서 활용되는 전략 카드로, 중국 내부에는 강도별 대응 가이드라인이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또 "중국은 타국에서 핵심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모니터링을 통해 명분을 축적한 뒤 단계적 제재를 점진적으로 강화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한한령 이미지로,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설래온 기자]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맞아 상하이의 한 상점가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맥락에서 한한령의 흔적은 단순히 "중국 시장이 닫혔다"는 결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의 정책 집행 방식 등이 우리 산업 현장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드러낸 사례로 읽힌다.

한한령을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유 역시 공식 규제가 없어도 정치·외교적 사안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따라 한국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험이 산업 현장에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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