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겨야 할 선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정부의 실정을 바로세우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승부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 당내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정반대다.
‘계엄 사태’라는 정치적 상처를 아무런 봉합 없이 끌고 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는 오히려 내년까지 당내 갈등을 끌고 가겠다는 듯한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갈등의 프레임이 ‘정책 경쟁’도, ‘세대 경쟁’도 아닌, 오직 사람을 찍어내는 “배신자론”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 있다.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내기위한 힘겨루기는 어느 정당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권력 투쟁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갈등이 정치적 리더십 교체가 아니라, “몰아내면 선거가 이긴다”는 착각으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25명 대구경북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지방선거를 이기려면 계엄 사태를 먼저 털고 가자”는 의견이 나오는 현실을 두고, 일부 강경 지지층은 곧바로 권영진·주호영 의원 등 현실적 고민을 하는 인사들을 ‘배신자’로 몰아붙이며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그 결과는 단순하다.
말하는 사람만 손가락질 당하고, 남은 의원들은 입을 다문다.
이런 당에서 무슨 혁신이 가능하고, 무슨 선거 전략이 만들어질까.
정치를 보는 지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의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내부 전쟁이 계속되면 지방선거에서조차 투표를 포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성 유튜브들에서 연일 외치는 ‘배신자 프레임’은 시원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계엄 사과론을 요구하는 중진 의원 다수가 오히려 “장동혁 지도부” 체제를 감싸며 침묵에 들어갔다.
김문수 고문이 한동훈을 두고 “당의 보배”라고 말한 것도 이젠 ‘또 다른 배신’으로 낙인찍는 분위기가 돼버렸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배신을 말하는 것인가. 정치적 다양성을 배제한 정당에 내년 선거에서 살아남을 공간이 있을까.
국민의힘이 상대해야 할 경쟁 상대는 단 한 곳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정치는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으로 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을 다시 세우고 싶다면, 다시 ‘윤 어게인’을 만들고 싶다면, 지난 대선에서 보여줬던 “확장성”과 “연대”를 되살려야 한다.
유승민 전 의원조차 “배신” 프레임으로 몰아붙였던 과거를 되돌아보면, 그 프레임은 결국 정권 유지보다, 내부 소모전만 확대시켰다.
대구경북 의원들이 진짜 살 길은 하나다. “한목소리로 혁신을 요구하고, 전국 단위 선거 전략을 만들자.”
배신자를 찾는 정당은 패배한다. 경쟁자를 상대로 싸우는 정당만이 이긴다.
이같은 얘기는 기자가 국민의힘 TK 당원들의 요즘 절규를 취재한 분위기와 모양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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