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배터리 산업은 2026년에도 전기차(EV) 시장 성장 둔화가 지속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이를 만회해야 상황이다. 트럼프발 EV 보조금 폐지로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EV 시장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기보다 안정적인 사업 운영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EV 성장 둔화 시기를 대비한 내실 경영 더 치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ESS는 EV 빈 공간 메우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배터리 산업의 또 다른 중심축”이라고 보고 있다.
ESS 설치량, EV만큼 빠르게 커진다
ESS 시장의 성장 속도는 EV를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신규 설치량은 2023년 164GWh에서 2024년 약 200GWh로 늘었고, 2025년에는 240GWh 안팎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연간 증가율은 25~30% 수준으로, 같은 기간 EV 배터리 수요 증가율을 상회한다.
미국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피크와 변동성이 커졌고,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계통 안정화 수요가 ESS 설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가 더해지며, ESS 배터리의 미국 내 생산·설치가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ESS 수요는 탈탄소라는 당위보다 전력 안보와 데이터 인프라 확장이라는 실질적 요인에 의해 커지고 있다”며 “ESS는 이미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2e0d36899e63fb.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01c83758583435.jpg)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2026년 공통 키워드는 ‘ESS 비중 확대’다. EV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ESS는 가동률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방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미국 ESS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이 선호되는 이유는 △현지 생산 기반 △안전성과 품질 레퍼런스 △대형 프로젝트 운영 경험이다.
ESS는 설치 이후 20년 이상 운영·유지보수가 필요한 사업 구조여서, 단순 가격 경쟁보다 공급 지속성과 신뢰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김 연구위원은 “배터리 산업의 관건은 성장성 자체보다 현금흐름을 버틸 수 있는 구조”라며 “국내 업체들은 EV 캐즘 구간에서 ESS 비중 확대와 북미 생산 효율 개선으로 체력을 다지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發 보조금 폐지부터 조지아 사태까지…다사다난 2025년
2025년 국내 배터리 산업은 정책 변수에서 시작해 수요·안전·재무 리스크로 확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언했던 'EV 보조금 폐지'가 미 의회의 입법으로 이어졌고, IRA 기반 EV·배터리 세액공제는 9월 30일부로 종료됐다.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제도가 조기 종료되며, 미국 시장 비중이 큰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정책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연중 이어진 EV 캐즘 속에서 배터리 3사는 설비 투자 속도를 늦추고 비용 구조를 재정비했다. 일부 북미 공장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갔고, 신규 증설 계획도 재검토 대상이 됐다.
6월 국가 ESS 1차 입찰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확보했다. 가격 비중이 낮아지고 화재 안전성, 실증 이력, 국내 공급 능력 등 비가격 요소의 중요성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8월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 공장 구금 사태, 9월 국가 데이터센터 ESS 화재 사고는 글로벌 사업과 ESS 확대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10월 SK온은 포드와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지분 관계를 정리하며 재무 부담을 줄였고, 연말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 간 약 9조원 규모 EV 배터리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 오하이오 공장 건물을 혼다에 4조원대에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했다.
완성차 업계의 EV 전략 수정이 배터리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배터리 산업은 양적 성장 중심 단계에서 수익성과 공급 안정성을 중시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ESS와 전력 인프라 등 응용처 다변화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6년은 배터리 산업의 성장 방식 자체가 바뀌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세계 1위 지위 유지…LFP로 유럽·신흥국 장악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절대 강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배터리 출하량 기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다.
CATL과 BYD는 일찌감치 LFP 기술에 집중하며 대규모 양산 체제와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미국 시장의 관세·규제 장벽이 높아지자 중국 업체들은 유럽과 동남아·중동·중남미 등으로 공세를 옮기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동화 기조 자체는 유지되지만, 규제 속도 조절과 비용 부담 완화 논의가 이어지며 가격 경쟁력이 강한 중국산 배터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EV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계 3사의 점유율은 37.6%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반면 CATL은 중국 외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1위를 유지했고, BYD는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