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2025년 유통업계는 성장보단 생존이, 확장보단 재편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소비 중심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기울며 산업 구조의 변화가 이뤄졌다.
특히 전통적인 유통 강자인 대형마트의 몰락이 가속화하면서 업계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사모펀드식 경영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고,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수개월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알짜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이 불가피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할 전망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3ce38f915c809a.jpg)
'기업회생' 홈플러스 일지⋯"어쩌다 이 지경까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건 1997년 9월 삼성물산이 대구에 첫 점포를 낸 지 27년여 만이다. 이 기간 삼성물산에서 영국 유통사 테스코,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사모펀드인 MBK가 홈플러스의 대주주가 된 건 2015년 9월이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알짜 점포를 팔고, 재임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3조원 이상의 자산을 매각해 인수금융을 상환했으나 신규 출점은 멈췄다. 사모펀드의 차입매수 전략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지만, 경영 측면에서 MBK의 역량과 책임 의식을 지적하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대형마트 업황은 최근 몇 년 새 급속도로 악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점으로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했고,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새로운 변화 없이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지만, 대주주의 경영 전략은 변함이 없었다.
2024년 6월에는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 익스프레스가 M&A 시장 매물로 나왔다. 결과만 보면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MBK가 진작부터 홈플러스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후 지난 3월 4일 돌연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당시 지급불능이나 부도 상태는 아니었지만, 홈플러스는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2021~2023년(회계연도 기준) 3년 연속 연평균 약 20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경영 전략은 경쟁사와 비교해 뒤처졌고, 납품 대금 지급 등 유동성에서 이상 징후가 속속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비용 절감, 구조조정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며 "여건은 더욱 악화하는 상황에서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으며 경쟁력을 잃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096d4b5ad08bf0.jpg)
소비자 이탈→매출 감소→고용 불안⋯"악순환의 굴레"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돌입에도 매장 영업은 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파열음이 멈추질 않고 있다. 소비자 이탈은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대금 정산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든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가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 의향을 가진 진정성 있는 기업은 나타나지 않으며 지난달 26일 본입찰이 무산됐다. 매각 절차는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현금 흐름은 크게 악화했고, 일부 세금과 전기요금마저 밀렸다. 직원들의 월급마저 제때 줄 수 없을 정도다.

고조되는 청산 위기감⋯구원투수는 어디에
문제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월 4일 법정관리 후 이번이 다섯 번이나 회생계획안 제출을 연장했다. 그간 M&A 가능성을 고려해 기한 연장을 허락한 것이다. 하지만 점차 회생 명분을 잃어가며 법원도 마냥 기다릴 순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홈플러스는 자체적인 회생계획안 작성 준비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고, 회생 인가 후 인수·합병 추진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부실 점포 폐점과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감축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의 합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부채가 2조원에 달하는 데다, MBK 경영진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회생절차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3부는 이달 초 김병주 MBK 회장 등 경영진을 줄소환해 대규모 단기 채권 발행을 둘러싼 조사를 본격화했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기한은 2026년 3월 3일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대 6개월 연장할 수 있지만, 회사의 자금난을 고려하면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회생 가능성은 낮아진다. 익스프레스 매각 성공 여부에 따라 향방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단 매각 성공 시에도 홈플러스 본체는 폐점과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달 말 가양·장림·일산·원천·울산북구점 등 5개 지점의 영업을 중단한다. 폐점 보류 약속을 석 달 만에 번복한 것으로, 줄폐점이 사실상 시작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홈플러스 회생절차는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구조조정 과정을 수반하는 만큼 종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산업 내 이해관계자, 정책당국, 투자자의 적극적인 협조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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