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려다 멈춘 중국인, 한국으로 발길 돌렸다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인의 일본 방문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한국이 중국 내 인기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17일 발표한 지난달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56만26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월 방문객 수(71만5700명)와 비교해 약 15만 명 감소한 수치다.

올해 1∼11월 중국인 방일객 증가율이 전년 대비 37.5%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대만 관련 발언을 한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발언 여파로 중국 정부가 같은 달 중순 자국민을 대상으로 '일본 여행 자제령'을 내리면서 일본 관광 수요에 적잖은 타격을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여행 자제령 이후 중일 간 항공편 운항은 크게 줄었고, 중국 주요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편에 대한 무료 취소·변경 지원 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중국인의 일본 내 호텔 예약도 급감했다. 일본 숙박 예약 사이트 트리플라에 따르면 지난달 21∼27일 중국발 호텔 예약 건수는 여행 자제령 이전인 같은 달 6∼12일과 비교해 약 57% 감소했다.

이처럼 중일 갈등 심화에 더해 원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가성비 여행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원화는 하반기 들어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치 상승 폭이 가장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반면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 7월 1일부터 전날까지 약 9.4% 상승했다.

여기에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 등 한중 관계 개선 역시 중국인 관광객 증가의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470만 명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방문객 수를 넘어섰다.

여행 마케팅 업체 차이나트레이딩데스크의 수브라마니아 바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여행객에게 일본은 비싼 여행지가 됐지만 원화 약세로 한국은 가성비 목적지가 됐다"며 "쇼핑과 미용, 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이 늘고 있고 무비자 정책과 한국 문화의 인기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