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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음식 먹으면 치매 위험 줄어든다? [지금은 과학]


전문가 “단순히 고지방 치즈→치매 위험 감소로 연결은 성급”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고지방 치즈와 크림을 먹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스웨덴 국민 2만7000여명을 약 25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이다.

특정 음식을 먹으면 우리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그동안 꾸준히 나왔다. 다만 ‘특정 음식→건강에 좋음’이란 명확한 결과로 이어가기에는 위험하다. 특정 음식 외에 여러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고지방 치츠·크림 관련 연구 결과(논문명: High- and Low-Fat Dairy Consumption and Long-Term Risk of Dementia)는 18일 오전 6시 미국신경학회지 ‘Neurology’에 발표됐다.

고지방 치즈를 먹으면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특정 음식이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에는 '교란 요인'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사진=구글 GEMINI]
고지방 치즈를 먹으면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특정 음식이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에는 '교란 요인'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사진=구글 GEMINI]

관련 논문은 지방이 20% 이상 함유된 체다, 브리, 고다 치즈 등을 매일 50g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15g 미만을 섭취하는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13% 낮았다는 결과를 설명했다.

또 고지방 크림을 매일 20g 이상 섭취한 사람은 전혀 먹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16% 낮았다는 것이다. 저지방 유제품, 발효유, 우유 또는 버터와는 어떠한 상관성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특정 고지방 유제품 섭취가 뇌 보호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제했다.

박정빈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두고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서로 다른데 상관관계는 인과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며 “정보가 믿을 만한 근거를 갖추고 있을 경우, 믿을 만한 근거를 이미 선입견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 마치 인과성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예시 중 하나로 최고의 의학 학술지 중 하나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초콜릿과 노벨상의 유의미한 연관 관계에 대한 논문(논문명: Chocolate Consumption, Cognitive Function, and Nobel Laureates)을 지목했다.

인구당 초콜릿 소비량이 많은 국가일수록 인구 1000만명당 노벨상 수상자 수가 많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초콜릿이라는 일종의 사치품을 취급할 수 있는 국가는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은 것”이라는 숨어있는 요인에 의해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숨은 요인을 ‘교란 요인’ 이라 부른다”며 “교란 요인의 존재는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로는 이어지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경우에서도 교란 요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다. 해당 논문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는 훈련을 받은 연구자들에게는 의미가 있고 추가 연구가 필요한 흥미로운 보고서 정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교수는 “대중에게는 고지방 치즈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식의 메시지로 둔갑하는 등 성급한 결론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해당 내용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리처드 오클리(Richard Oakley)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Society) 연구와 혁신 부문 부국장은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두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치즈나 크림과 같은 고지방 유제품을 더 많이 먹는 것이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연, 신체 활동 유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사, 만성 질환 관리, 금주 혹은 절주가 특정 음식을 섭취하는 것보다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고 부연했다.

타라 스파이어스-존스(Tara Spires-Jones) 에든버러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보면 1990년대에 고지방 치즈를 많이 섭취했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치즈를 먹지 않은 사람들보다 약 25년 후 치매에 걸릴 위험이 더 낮은 것으로 관찰된 것”이라며 “흥미로운 데이터인 것은 분명한데 이러한 유형의 연구는 치매 위험 감소가 치즈 섭취로 인해 발생한 것(인과관계)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는 치즈 섭취량이 치매 진단 분석 25년 전의 식사 일기와 인터뷰를 통해 단 한 번 기록됐다는 점을 꼽았다. 25년 동안 식단과 다른 생활 습관 요인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타라 스파이어스-존스 교수는 “학계 전반의 강력한 증거들은 건강한 식단, 운동, 인지적으로 자극되는 활동(교육, 도전적 직업과 취미 등)이 치매를 유발하는 질병에 대한 뇌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만)특정 음식이 사람들을 치매로부터 보호한다는 강력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진단했다.

나비드 사타르(Naveed Sattar) 글래스고대 심장대사 의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작위 대조 시험이 아닌 관찰 연구이므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지방 치즈와 크림을 더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교육 수준이 더 높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치즈나 크림 자체가 아니라 높은 교육 수준과 관련된 다른 ‘건강한’ 특성들이 관찰된 낮은 치매율의 원인일 수 있다는 ‘잔류 교란(residual confounding)’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잔류 교란이란 교란 요인을 보정했음에도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결과에 왜곡이 남아 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관찰된 현상(고지방 치즈를 많이 먹은 사람이 치매 걸릴 확률 낮음)과 교란 요인(치즈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대개 교육 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여유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잔류 교란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팀이 교육 수준을 통계에 반영했더라도 ‘부유한 환경에서 오는 더 나은 의료 서비스’ ‘규칙적 운동’, ‘사회적 교류’ 등 연구에서 언급되지 않은 수많은 ‘건강한 생활 습관’들이 치즈의 효과로 잘못 계산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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