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진간장, 양조간장, 국간장⋯.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검은색 액체의 동일한 '간장'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진짜 간장’을 둘러싼 논쟁이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간장은 바로 '산분해간장'입니다. 생소한 느낌인가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간장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6d7c67c56008a4.jpg)
◆ 산분해간장이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즉 '식품공전'은 간장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전통 메주로 만든 한식간장 △콩·밀·보리를 발효시킨 양조간장 △탈지대두 등을 염산으로 분해한 산분해간장 △콩 단백질을 효소로 분해한 효소분해간장 △이들을 혼합한 혼합간장입니다.
한식간장은 자연 곰팡이로 콩 단백질을 분해한 재래식 메주에 소금물을 가해 발효, 숙성하는 방식입니다. 양조간장은 콩, 밀 등에 누룩 균을 배양해 소금물을 섞어 발효, 숙성합니다.
이 두 방식은 통상 6개월 이상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는 '3-MCPD'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산분해간장은 콩이나 밀 등 단백질 원료에 염산을 넣고 고온에서 끓여 단백질을 강제로 분해한 뒤 중화·숙성하는 화학적 공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3-MCPD가 자연적으로 생성됩니다. 몇 시간 만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이 저렴하고, 업소용이나 가공식품에 주로 사용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산분해간장을 단독으로 판매하기보다,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을 섞은 '혼합간장' 형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비자는 겉모습만 보고 혼합간장을 단번에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제품 뒷면에 표기된 식품유형에서 혼합간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 아래에는 '양조간장 30%, 산분해간장 70%'와 같이 혼합비율이 표시됩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간장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7c104f07b96c8.jpg)
◆산분해간장 논란은 왜 반복되나
산분해간장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3-MCPD입니다. 3-MCPD는 식물성 단백질이 산분해될 때 생성되는 물질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B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산분해간장의 유해성 논란이 제기돼 왔습니다. 2016년 삼화식품 진간장에서 3-MCPD 문제가 다시 불거진 이후, 정부는 기준 강화를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의 3-MCPD 기준은 2020년 7월 0.1㎎/㎏ 이하로 낮아졌고, 2022년 1월부터는 0.02㎎/㎏ 이하로 한층 강화됐습니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7월 몽고식품, 오복아미노, 오복식품 등 3개 업체의 간장 제품 6종에서 3-MCPD가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면서 해당 제품의 유통 중단과 회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논란이 재점화된 계기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산분해간장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3-MCPD는 치즈나 빵, 도넛 등 고온 가열 식품에서도 생성될 수 있으며, 미국은 1㎎/㎏, 유럽과 한국은 0.02㎎/㎏을 최대 기준치로 설정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체중 1㎏당 4㎍을 하루 최대 허용량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60㎏의 성인의 경우 240μg까지 노출돼도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겁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산분해 기술은 간장뿐만 아니라 각종 소스나 물엿, MSG 등에도 쓰이며 국내외에서 100년 넘게 사용돼 왔다"며 "산분해라는 단어에서 오는 거부감이 있지만 단순한 식품첨가물이고, 허용된 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산분해간장도 간장이다" vs "간장에서 제외해야 한다"
최근 논쟁은 간장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의 원료, 제조 기술, 소비 트렌드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식품공전 개정을 추진 중인데요.
이 과정에서 지난해 8월 식품안전정보원이 개최한 '식품공전 분류체계 및 기준규격 개선 제5차 산업계 자문단 회의'를 통해, 식품공전 대분류에서 장류를 삭제하고 기존 대분류인 '조미식품류' 아래 중분류로 장류를 배치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그간 일부 기업들은 현행 간장 분류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 생산과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키운다며 간장 유형의 통합을 요구해 왔습니다. 양조간장이든 산분해간장이든 모두 '간장'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입니다.

국내 간장 시장 점유율 70%대를 차지하는 샘표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실었습니다.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는 지난 9월 한국식품산업협회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식약처가 간장 식품 유형 통합을 검토하는 이유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체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제조 방식 중심이 아닌,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분류로 바꾸려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전통장류업계와 시민단체는 현행 5종으로 분류된 간장 유형을 하나로 통합할 경우 소비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전통 장문화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전통장류업계의 의견을 일부 수용했습니다. 식품당국은 장류를 식품공전 대분류에 존치하기로 했으며, 장류의 한 유형이었던 산분해간장은 대분류 항목인 '조미식품류'로 분리 배속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다만 전통장류업계는 산분해간장이 섞인 혼합간장 역시 장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 전통간장업계 관계자는 "산분해간장은 한식간장이나 양조간장처럼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는데 이를 간장으로 부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산분해간장을 간장으로 인정할 경우 우리 고유의 전통 장문화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문화협회가 지난달 24일 개최한 '전통장류업체 발전 방안을 위한 하루 종일 오송 토론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오만진 충남대학교 식품공학과 명예교수는 "산분해 간장은 일본에서 1920년 개발했지만 지금은 일본인 중 산분해 간장을 먹는 비율은 1%대에 불과하다"라며 "반면 한국은 산분해 간장에 양조 간장을 8대 2 또는 9대 1 비율로 혼합해 혼합간장으로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가 구별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식품공전에서 혼합간장과 산분해간장 품목을 없애고, 간장의 정의를 일본이나 중국처럼 '콩 원료를 발효시켜 만드는 것'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간장을 둘러싼 이 논쟁이 향후 식품 분류 체계와 시장 구조를 넘어, 소비자의 간장 선택 방식에까지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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