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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결정적 순간] 쿠팡에 닥친 최대 악재 '개인정보 유출'


5개월간 인지조차 못한 채 속수무책⋯최고책임자 책임론 부각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의 급성장 이면에는 허술한 개인정보관리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급성장 역사를 분기마다 갈아치우며 성공 방정식을 제대로 썼다고 평가받던 쿠팡은 2025년을 마감해가는 시점에 예상치 못한 최대 난관을 만났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 해를 관통하던 실적 개선과 외형 확장의 흐름은 새로운 질문과 함께 재정리되고 있다. 외형 성장과 함께 커진 플랫폼의 책임은 연말 유통업계를 돌아보는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은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사업자로 전국 단위 물류망과 유료 멤버십을 기반으로 수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해 왔다.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쿠팡의 사업 구조는 빠르게 안착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성장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는 서비스 운영의 핵심 자산으로 축적돼 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쿠팡의 한 해를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게 만들었다. 단일 보안 사고를 넘어 대규모 데이터를 전제로 성장해온 플랫폼 기업의 운영 구조와 관리 체계 전반이 함께 점검 대상에 오른 것이다.

5개월 동안 몰랐던 쿠팡…고객 신뢰 '휘청'

사고의 출발점은 지난 6월 24일이다. 그러나 외부 침입 사실은 즉각 인지되지 않았다. 이후 약 다섯 달이 지난 11월 18일, 쿠팡은 내부 점검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정황을 처음 파악했다.

11월 20일 쿠팡은 고객 공지를 통해 약 45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차 발표했다. 당시 공개된 유출 항목은 이름, 연락처, 배송 관련 정보 등으로, 비밀번호나 결제 정보 등 금융정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가 조사가 이어지면서 피해 범위는 다시 조정됐다. 쿠팡은 11월 29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337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유출 항목은 앞선 공지와 동일했지만 피해 계정 수는 대폭 확대됐다. 이로써 사고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전례 없는 규모로 공식화됐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 개인정보 유출 타임라인 [사진=아이뉴스24]

사태는 연말로 갈수록 경영과 수사 영역으로 확장됐다. 12월 10일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고 해롤드 로저스가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이어 12월 14일 쿠팡은 와우 멤버십 해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경찰은 쿠팡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12월 16일 관련 절차를 종료했다.

이같은 과정 속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은 고객 신뢰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을 최초 '누출'로 공지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또한 유출 피해를 당한 고객들에게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고객 입장에서 내 정보가 유출됐는데 기업의 대응 과정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낀다"라며 "유출 과정을 비롯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 이후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났다. 그동안 파악한 상황을 소비자들에게 공유하고, 일정 시기마다 중간 발표 형식으로 내용을 알려준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공비행 속 마주한 개인정보 유출

쿠팡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 흐름을 이어온 기업으로 꼽힌다. 연간 매출은 2021년 이후 해마다 증가했고 2023년에는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기록하며 장기간 이어졌던 구조적 적자 국면에서 벗어났다. 지난해에도 매출 확대 기조가 유지됐고 올해 들어서도 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진행됐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전국 단위 물류 인프라 구축과 직매입 중심의 운영 구조, 유료 멤버십을 기반으로 한 반복 구매 패턴이 결합된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쿠팡은 거래 규모와 매출을 확대하며 시장 내 비중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실적 지표만 놓고 보면 쿠팡은 2025년에도 성장 궤도를 유지한 셈이다.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팡 매출·영업이익 추이 [사진=아이뉴스24]

그러나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러한 실적 흐름과는 별개의 영역에서 부담 요인으로 부각됐다. 쿠팡은 수천만 명에 달하는 고객 정보를 보유한 플랫폼 기업으로 개인정보 보호 체계는 물류·결제 시스템과 함께 사업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작동해 왔다.

사고 이후 쿠팡이 와우 멤버십 해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고객이 서비스 이용 여부를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를 내놓은 점은 개인정보 이슈가 단순한 보안 문제를 넘어 고객 접점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성과 위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결국 쿠팡의 2025년을 정리하는 주요 장면으로 남게 됐다.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규모와 그에 상응하는 관리 체계가 어떤 수준의 책임을 요구받는지를 다시 확인시킨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전문가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쿠팡이 이제는 성장보다는 기업문화 혁신과 안정, 보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은 모든 성공 방정식을 깨며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놓친 부분도 적잖다"라며 "이제는 기업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바꿀 필요성이 대두된다. 성장 일변도로 간다는 것은 또다시 넘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가더라도 안전과 혁신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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