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희 기자]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들이 삼성 금융 계열사의 핵심 보직에 포진했다. 단순 영입 차원을 넘어 그룹 전략의 두뇌 역할을 하는 기획실장급 자리를 금융당국 출신들로 채우면서 대관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5일 송현도 신임 부사장을 기획실장으로 선임했다.
행정고시 43회 출신인 송 부사장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과장, 혁신금융과장, 금융국제화대응단 부단장을 거친 정통 금융관료다. 2023년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자리를 옮긴 지 불과 1년여 만에 삼성증권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기획실장으로 발탁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삼성증권의 숙원 사업인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와 연결 짓고 있다. 기획실장은 전략 수립은 물론 인허가, 겸영·부수업무 관리 등 대관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초대형 IB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면 당국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부사장의 영입과 함께 기존에 기획팀을 이끌던 김인 부사장은 삼성선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김 신임 대표 역시 행시 37회 출신으로 2014년 삼성화재 입사 후 삼성증권 기획팀장을 역임했다. '금융위 출신 영입→기획팀장→계열사 CEO'라는 새로운 승진 공식이 만들어지는 모양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생명은 2023년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검사과 초대 과장 출신 이동욱 상무를 영입했다.
행시 48회인 이 상무는 2년의 정책지원팀장 이후 기획팀장에 선임됐다.
삼성화재 역시 지난달 말 김선문 부사장(행시 46회)을 승진시켰다. 금융위 보험과 총괄서기관, 구조조정지원팀장 등을 거친 김 부사장은 2021년 삼성화재 기획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재직 중인 권기순 장기상품개발팀장 상무 또한 금융위 보험과 출신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생명, 화재, 증권 등 핵심 계열사의 기획· 전략 라인이 행정고시 출신 금융위 관료들로 채워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법조계나 기재부 출신을 사외이사나 고문으로 영입했지만 최근에는 실무 임원급으로 직접 영입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추세"라며 "금융당국의 규제 강도가 세지고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당국과 '말이 통하는' 관료 출신이 가성비 높은 선택지였을 것"이라고 평했다.
/김민희 기자(minim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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