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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한화시스템 '글로벌 생산 허브' 구미 신사업장에 가다


기존보다 2배 확장한 2만7000평 규모⋯글로벌 공략 가속
다기능레이다·함정전투체계·전자광학⋯대표 수출 제품 산실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지난 12일 찾아간 경북 구미 한화시스템 신사업장. 11월 25일 준공했다. 제조동, 연구동, 본관동, 개발시험동, MRO동으로 구성된 2만7000평 규모의 거대한 생산 단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장된 이 사업장에서는 K-방산 수출의 핵심 제품들이 모두 생산되고 있다. 중동 3개국에 조 단위로 수출된 천궁-II 레이다, 필리핀 함정에 탑재된 전투체계, 전자광학 장비까지 한화시스템 핵심 제품들의 산실이다.

특히 연구개발(R&D)부터 생산·테스트·수출 기능이 한 곳에 집약된 통합형 체계를 갖췄다는 점이 기존 사업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현재 1334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구미사업장의 수출액은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한화시스템 전사 수출 비중이 2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주요 수출제품이 구미 사업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회사는 2032년까지 5.4조원의 매출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자광학제품 생산을 위한 클린룸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 직원이 K2 전차장 조준경의 주간 광학 및 레이저 정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제조동에 들어서자 첨단 생산시설이 눈에 띄었다. 기존 사업장에는 없던 국내 최대 규모의 1500평 클린룸이 설치돼 있었다. 가장 먼저 둘러본 곳은 500평 규모의 무진동 클린룸으로, 항공용 고정밀 전자광학제품을 생산하는 현장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고정밀 전자광학 제품 조립과 시험 시 미세한 진동으로 생길 수 있는 오차를 최소화해 최고의 성능과 품질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소형무장헬기용, KF-21용 전자광학 표적 추적 장비와 레이저대공무기의 망원경 모듈이 생산된다. 클린룸 내부에서는 흰색 방진복과 방진모, 안전화,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작업자들이 조심스럽게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층에는 전자광학 청정실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약 650평 규모의 고정밀 광학기기 전용 작업장이다. 여기서는 정밀 모듈의 조립과 본딩, 고배율·고해상도 측정과 정렬 작업이 이뤄진다.

시험작업장에서는 전차 계열 조준경 장비와 해양 함정 추적장비의 최종 조립 및 시험이 수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실제 운용 환경을 구현한 시험과 열상 시준기를 통한 전자광학 정밀 시험을 수행한다. 파도 등으로 흔들림이 많은 함정에서도 안정적인 화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곳에서는 K2, K21 등 전차의 포수조준경과 전차장조준경, 차기 호위함의 추적장비 등이 생산된다.

제조동을 더 둘러보던 중 '우웅~' 하는 진동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간 곳은 신뢰성 시험실이었다. 이곳에서는 온도·습도·진동 등 다양한 환경조건에 제품을 노출시켜 내구성과 수명을 평가한다. 기자가 들었던 소리는 압력기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한화시스템은 자사가 만드는 대부분의 제품을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증을 받아 국제 표준에 따라 시험한다. KOLAS 인증 챔버 16대, ESS 챔버 23대를 보유해 국제적 수준의 시험 역량을 갖췄다. 이는 시험 데이터의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중동을 사로잡은 천궁 레이다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천궁-II 다기능레이다(안테나군) 모습 [사진=한화시스템]

약 500평 규모 천궁 레이다 조립시험장으로 향하자 거대한 레이다가 회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회전하는 이유는 전방위를 탐색하기 위해서입니다. 전파를 360도로 보내 표적을 탐색하죠. 레이다가 정지해 있을 때는 특정 표적에 집중해서 정밀유도를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는 2022년 UAE에 약 1조3000억원, 2024년 사우디에 약 1조2000억원, 올해 이라크에 약 8600억원 규모로 중동 3개국에 연이어 공급됐다. 현재 이곳에서는 UAE, 사우디, 이라크향 송수신 모듈 조립과 시험이 한창이다.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제조동에 위치한 근접전계시험장(챔버). [사진=한화시스템]

시험장 한쪽에는 파란색, 검정색 뾰족한 스펀지로 둘러싸인 특이한 공간이 있었다. 다기능레이다의 안테나 성능을 시험하는 안테나 근접전계 챔버다. 2026년 1월 완공을 목표로 구축 중인 이 시설은 천궁-II MFR과 KF-21 AESA 안테나를 비롯한 다양한 안테나 성능을 측정한다. 고출력 전자파 흡수체를 부착해 실제 운용 시 최대출력으로 안테나 성능을 시험할 수 있어 측정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방사시험장에서는 실제 성능 검증이 이뤄진다. 약 160미터 떨어진 비콘에서 모의 표적을 생성하면 레이다가 설계대로 정확하게 표적을 탐지하고 거리·속도·방향을 측정하는지 점검한다. 천마 탐지레이다와 추적레이다, 함정용 추적레이다가 이곳에서 최종 검증을 거친다.

함정의 두뇌, 전투체계 생산 현장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 [사진=한화시스템]

해양 CMS 시험장에서는 대한민국 해군 함정 99%에 공급된 전투체계가 탄생한다. 함정에 탑재되는 다양한 전투체계와 전술통신체계 양산 제품이 육상에서 각종 시험을 통해 기능·성능을 사전 검증받는 대규모 통합 시험장이다.

시험장에 들어서자 항공기 조종석처럼 생긴 콕핏형 통합함교체계(IBS)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일자형이던 함교 형태를 항공기 조종석 형태로 설계해 3개의 화면으로 주요 시스템을 한번에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는 기존 9명 이상이 필요했던 함교 운용을 단 2명으로 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 구미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 직원들이 울산급 Batch-III 전투체계(CMS)의 함정 탑재 전 사전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또 울산급 Batch-III 전투체계가 전시돼 있다. 이는 국내 함정 전투체계 중 가장 최근에 개발 완료돼 양산 중이다. 국내 최초로 4면 고정형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AESA) 운용과 연동 소프트웨어 통합으로 함정의 체계통합과 운용 통제능력이 향상됐다. 과거 다기능 콘솔에 직접 시스템을 설치해야 했던 것과 달리 원격으로 화면을 운용할 수 있어 운용 중 불량이 발생해도 빠르게 복구가 가능하다.

필리핀 해군용 전투관리체계(CMS)도 볼 수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2017년부터 필리핀 함정 13척에 전투체계를 수출해왔다. 2400톤급 라자 술라이만급 원해경비함에 탑재될 실장비가 바로 이곳에서 최종 검증을 받고 있었다. 필리핀용은 다습한 환경 때문에 냉각과 경량화 등이 특히 중요하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의 전투체계 개발도 한창이었다. 2020년 약 5400억원 규모로 수주한 이 사업은 대공전·대함전·전자전·대지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IT기술이 적용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운용주기가 긴 특성을 고려해 20~30년까지 장시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용진 구미사업장장은 "글로벌 안보 수요 대비와 생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장을 구축했다"며 "지속적으로 공정 개선과 자동화를 추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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