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진우 기자] 경북도청 브리핑룸에 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단순히 재정 성과를 설명하는 행정가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솔직히 밝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이날의 발언은 재정 보고와 정치적 결심이 한 화면에 겹쳐지는, 경북 정치의 향후 흐름을 가늠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 지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미 몸을 바쳤다. 끝까지 몸 바치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의지를 넘어, 정치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식의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경북을 위해 헌신하고, 힘이 남는다면 남북통일까지 해야 한다"고 한 표현은 경북도정의 연장선을 넘어 국가 단위 구상까지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밝힌 건강 상태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위·간·폐까지 전이된 4기 암 판정에서 시작된 투병은 10월 CT 촬영 결과 암세포가 거의 사라졌다는 설명으로 이어졌다. "의사들이 기적이라고 한다"는 그의 발언은 단순한 의학적 변화가 아니라, 정치적 행보를 재개할 수 있다는 확신의 표명에 가깝다. 여론조사에 자신이 제외됐다는 농담조차, 본인의 정치적 체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뉘앙스를 품었다.
이번 브리핑이 주목된 이유는 이 지사의 정치적 의지만이 아니다. 경북도가 민선 8기 동안 추진해 온 재정혁신 성과가 지표로 입증되었다는 점도 함께 발표됐다. 2024~2025년 지방재정분석평가에서 2년 연속 '가'등급, 광역도 1위라는 결과는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성적표가 아니다. 지방채 발행을 엄격히 관리해 채무비율을 광역 평균보다 낮게 유지했고, 행사성 경비 절감과 자체 수입 확대를 통해 재정 효율성을 높였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지방교부세가 2021년 대비 42.6% 증가한 것은 그동안 지적돼 온 '경북의 구조적 재정 취약성'을 완화하는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경북이 중앙정부 예산 구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는 단순한 예산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과제가 없지 않다. 3선 도전의지가 공식화된 순간, 이 지사가 앞으로 어떤 경북의 미래상을 제시할지에 대한 검증은 더욱 요구될 것이다. 신공항 조기 착수, 영일만항 개발, APEC 후속사업 등 그가 제시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장기적·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의제다. 도지사의 임기 안에 실질적 진전이 가능할지, 구체적 추진 구조는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질문은 남는다.
암 투병을 극복하며 제3기 도정을 향한 의지를 밝힌 이철우 지사의 선택은 정치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의 발언처럼 "경북을 위해 몸 바치겠다"는 약속이 단순한 의지 표명이 아닌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재정 혁신과 현안 해결 능력이 앞으로 더욱 엄정한 기준 아래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경북의 행정 경험, 중앙과의 네트워크, 각종 현안에 대한 추진 의지를 가진 도지사의 3선 도전은 분명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제 남은 것은, 그의 건강 회복처럼 경북의 미래 또한 실질적 개선과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그 해답은 앞으로 펼쳐질 정책 경쟁과 도민의 선택 속에서 드러날 것이다.
/대구=이진우 기자(news11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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