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진우 기자] 경북도의 고위 공무원 관사 운영비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기·수도·전화요금 등 생활비 성격의 비용을 예산으로 집행해 왔다는 사실은, 행정안전부의 명확한 권고와 정부 기준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경북도는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 기준을 스스로 알고 있었음에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유지해 왔다.
임기진 의원의 지적처럼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돈을 얼마나 썼느냐'가 아니다. 조례가 규정한 사용자 부담 원칙을 단서조항이 무력화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 즉 제도가 의도한 목적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조례 본문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명시하면서도, 바로 뒤에서 예산 지출을 허용하는 여지를 남겨둔다. '규정은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공고히 자리 잡은 셈이다.

형평성도 문제다. 지사조차 매월 약 120만 원의 관사 사용료와 공과금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북도의 현재 관행이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보여준다. 지사보다 직급이 낮은 고위 공무원이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행정 신뢰는 균형과 일관성에서 나오는데, 지금의 구조는 그 기본을 흔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북도만 이 같은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부산·경남 등 인접 광역자치단체는 이미 관련 조례를 개정해 운영비를 전면 사용자 부담으로 전환했다. 국정 운영의 기본 원칙과 지방행정의 공정성 흐름에 경북도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관사 운영비 지원이 공직사회의 열악한 처우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우 문제는 정당한 제도 개선으로 접근해야지, 예산 목적에 반하는 편법적 지원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생활비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관행은 공직사회 스스로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관사 운영비 집행 기준의 전면 재정비, 그리고 필요하다면 조례 개정이다. 제도는 명확해야 하고, 예산 집행은 도민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해온 특혜성 구조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신뢰는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경북도가 이번 지적을 조직문화와 행정 시스템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구=이진우 기자(news11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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