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감지되듯, 제주의 두산윈드파워센터(WPC)는 '미래'를 먼저 본다. WPC는 해상풍력 발전기의 터빈 내부 진동, 기어박스 온도, 발전량 패턴까지 수백 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어 고장 징후를 조기에 포착한다. 바람 한 줄기까지 들여다보는 이 공간은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이미 제주에서 매일 현실이 되고 있다.
![두산윈드파워센터(WPC)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https://image.inews24.com/v1/b70af7f5926c0d.jpg)
제주시 오라동에 위치한 WPC는 총 지상 2층, 연면적 496.34제곱미터(2,150평) 규모로 지난 9월 구축됐다. 이 곳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에 공급한 해상풍력 발전기를 원격지원하며 365일 24시간 관제하는 센터다. 특히 국내 해상풍력 관제센터 구축은 이곳이 첫 사례다.
현재까지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에 공급한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 용량은 347.5메가와트(MW). 이 중 WPC와 설비·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11개 사이트(SITE)의 해상풍력 발전기 총 80기(240MW)가 관제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있다. 국내 전체 해상풍력 설치용량이 약 350MW 수준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내 해상풍력의 대부분이 WPC의 관제망 아래에 있는 셈이다.
![두산윈드파워센터(WPC)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https://image.inews24.com/v1/f015921d78db65.jpg)
WPC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원격 관제 플랫폼 '두산 윈드링크'를 통해 전국 해상풍력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이 플랫폼은 각 풍력기의 컨버터 온도, 전류량, 진동 패턴 등을 분석해 설비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는 역할을 한다.
엔지니어들은 발전기의 운전 상태는 물론 출력, 풍속 등 세부 데이터를 상시 확인하며 터빈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관제센터에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는 두산의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창원과 용인 수지로 전송돼 빅데이터로 축적되고이후 AI 모듈을 통해 추가 분석이 이뤄진다.
![두산윈드파워센터(WPC)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https://image.inews24.com/v1/99f1aa536e2fc7.jpg)
WPC는 해상풍력 발전기의 진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월간 진동분석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 분석 결과 역시 창원·수지 데이터센터에 축적돼 해상풍력 발전기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활용된다. 데이터 자산을 기반으로 내년 6월까지 해상풍력기의 발전량을 사전에 예측하는 AI 프로그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2035년까지 해상풍력 설치용량을 25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전국 단지의 '눈과 두뇌' 역할을 하는 WPC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인욱 WPC 센터장은 "앞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상풍력기가 해외로 확산되면, 일본이나 동남아 등 해외 현장도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관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이미 갖춰 놓았다"고 말했다.
WPC의 상주 인력은 총 11명. 최 센터장과 관리자 2명, 그리고 엔지니어 9명이 1조 3교대 체제로 전국 해상풍력 발전기를 24시간 관제한다.
해상풍력 단지 확대의 걸림돌로 흔히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가 거론되지만 WPC는 지역과의 상생에도 나름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엔지니어 9명 중 상당수가 제주대학교 출신으로 WPC가 지역 인재 고용 창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제주는 이른바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로 불릴 정도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해온 지역이다. 특히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는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로 3MW 해상풍력기 10기가 설치돼 총 30MW 설치용량을 갖췄다.
![두산윈드파워센터(WPC)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https://image.inews24.com/v1/540ab5468e52e3.jpg)
이날 기자가 찾은 탐라단지는 바람이 많이 불지 않은 탓에 대부분의 해상풍력 발전기들이 정비 중에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게 되면 발전량이 늘어나지만 바람이 많이 불지 않게 되면 전력 생산이 어렵게 돼 발전기를 돌릴 수 없는 탓이다.
이곳 탐라단지의 해상풍력 발전기는 보급되는 기기마다 다르지만 통상 3m/s에서 3.5m/s에서 풍력발전이 가동된다. 그리고 20m/s에서 25m/가 되면 가동을 멈춘다.
탐라 단지의 월기준 발전량은 540kWh로 1가구당 월 평균 전기사용량을 350kWh로 가정하면 한 달 동안 약 1만 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하는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곳 탐라를 비롯해 지난 2019년 전북 서남해(60 MW), 2025년 제주 한림(100 MW) 프로젝트에 해상풍력발전기를 공급하며 국내 해상풍력 최다 실적을 보유 중이다.
/제주=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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