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리튬인산철(LFP)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수주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장악해온 LFP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본격 진입하면서 북미 ESS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전력망 안정화 요구가 커지며 ESS 장기 공급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SDI "2조원대 LFP ESS 배터리 공급"
삼성SDI는 10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기업과 약 2조 원 규모의 LFP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인디애나 공장에서 각형 LFP 배터리를 납품한다. 삼성SDI가 ESS 분야에서 확보한 최대 규모 계약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ESS용 LFP 배터리의 대규모 장기 계약을 확보한 점이 의미 있다”며 “화재 안전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ESS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SK온은 지난 9월 미국 플랫아이언에너지와 ESS용 LFP 배터리 최대 7.2GWh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공급하는 구조다. 조지아 공장 일부 라인은 ESS 전용으로 전환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LFP 양산 체제로 전환한 기업이다.
미시간 공장을 중심으로 ESS용 LFP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했고, 북미 재생에너지·태양광 ESS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도 지속 확보하고 있다.
LFP 전환 효과로 LG에너지솔루션은 3사 중 유일하게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변화에 가장 민첩하게 대응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中 주도 LFP 진영에 뛰어드는 韓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열 안정성, 긴 수명, 화재 위험 감소 등 ESS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
니켈·코발트 기반 삼원계(NCM)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재생에너지·전력망용 ESS에서는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이 더 중요해 LFP 선호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부하 증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장, 5G 기지국 증가로 전력 피크 관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ESS는 정전 등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하는 예비 전력원 역할도 수행한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송전망 노후화가 심각해 ESS 설치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전력망 부담이 커지는 환경에서 LFP ESS는 설치 속도, 안전성, 운영비 절감 측면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미국 ESS 수요가 올해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2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유럽의 공급망 규제 강화도 한국 기업들이 LFP 양산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다.
그동안 LFP는 CATL·BYD 등 중국 기업이 절대 우위를 점해온 시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확보한 미국 ESS 수주가 모두 현지 생산을 조건으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내 생산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ESS 시장, ‘초대형 계약 시대’로 이동
코트라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ESS 배터리 설치량은 2025년 150~170GWh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중국·유럽에서 대형 ESS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공급 구조는 단기 프로젝트 중심에서 수년 단위 대량 공급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중국 CATL은 지난달 ESS 통합기업 하이퍼스트롱과 3년간 200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ESS 수요의 약 30%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모건스탠리는 “CATL의 올해 ESS 판매량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고급 ESS 제품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CATL의 공급력이 다시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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