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10일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천막 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db2e769c0a8747.jpg)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여당의 사법개혁안을 연내 처리하려는 방침에 맞서, 당분간 장외농성 등 투쟁 기조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다만 장동혁 대표는 내부 계파와 무관하게 터져나오는 '쇄신론'에 대해선 '듣기는 하되 실제 행동은 시간을 두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그의 '지방선거 승리' 로드맵에 의문 부호가 붙는 실정이다.
당은 전날(9일) 밤 12시 정기국회 회기종료에 따라 가맹사업법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종료된 직후인 10일 오전 전격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장외농성에 돌입했다. 지도부는 전날까지 장외투쟁 여부를 최종 확정하지 않았지만,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법안과의 관련성 부재를 이유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반복 제지당하자 여권의 '의회독재'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오전 8시부터 천막을 지켰고, 의원 전원은 하루 4개 조로 나뉘어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8대 악법' 처리 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총구를 바깥으로만 돌리기엔 당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적절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 보수 고정지지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내 '찬탄'(탄핵 찬성)파뿐 아니라 '이제는 반성할 때'라며 계엄 1년을 기점으로 입장을 바꾼 영남권 주류들까지 반발을 일으키면서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윤상현·윤한홍 의원에 이어 당내 최다선(6선)인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최근 '윤어게인 냄새가 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며 장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당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주 후반부터 이번 주 내내 지도부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이 작업이 '진정성 있는 의견수렴이나 쇄신 기조 전환이 아니라, 장 대표의 '집토끼 잡기 전략을 설득하고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고 있는 장 대표 역시 '당장' 윤 전 대통령과의 선을 긋겠다는 결심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당의 의회폭거, 국회의장의 필리버스터 제한 등 헌정질서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지금은 대여 투쟁에 당력을 집중해야 하고, 일단 이 상황이 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밖에 불이 났는데 집 안 청소를 할 수는 없다"며 장 대표의 '단합 우선' 기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굼뜨다는 볼멘소리가 계속 나온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진석 의원-김남국 전 대통령실 비서관 간 인사청탁, 여권 중진의 통일교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여권발 악재가 잇따르는데도 당이 '내란정당' 프레임에 갇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날 전격적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인요한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 계엄 이후 1년간 이어진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계엄 반성을 사실상 거부하는 장 대표를 향한 우회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초선 의원 42명도 오는 16일 당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모일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도 쇄신 지연을 둘러싼 성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의 지도부 관계자는 "(장 대표가) 연말·연초 법안 대치 정국이 끝나면 어떻게든 입장을 정리할 것이고, 민심이라는 게 있는 만큼 그대로 갈 수는 없다"며 장 대표가 쇄신 쪽으로 결국 방향을 틀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또 다른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 대표가 (지도부 인사들과) 당 운영 방향에 대해 거의 소통하지 않고 있다"며 "당이 어디로 가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