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전국 법관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및 법왜곡죄 법안 신설에 대해 "위헌성 논란과 함께 재판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12.8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3e9efcbfbcd9ae.jpg)
전국 법관대표들은 8일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관대표들의 이날 입장은 지난 5일 모아진 전국 법원장들 의견과 같다.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법안 등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법안의 위헌성으로 인해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날 법관대표들의 우려는 법원장들보다 다소 톤이 낮다고도 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과 함께 민주당에 신중한 논의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입장 표명 방침은 회의 현장에서 발의 됐다. 전국법관대표 회의 내규 6조 3항은 '구성원은 회의 현장에서 다른 구성원 9인의 동의를 얻어 안건의 상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의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구성원 총 126명 중 79명이 재석해 찬성 67명, 반대 10명의 의견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입장 표명에 이르기까지 법관대표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논의의 시급성에 비춰 위헌성에 대한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구체적 수위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나왔다. 비상계엄 관련 재판의 중요성과 국민의 우려에 대한 의견 표명도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법안에 대한 논의가 사법부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법안의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또 법안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발의된 법안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 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도 있었다는 게 법관대표회의 설명이다.
이후 입장에 대해서는 두가지 안이 발의됐다. '의안 1'은 "위헌 소지가 있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비상계엄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정도였으나 재석 법관대표들 중 50명이 '비상계엄 재판과 국민의 관심 우려에 대한 엄중한 인식', '위헌성 논란과 재판의 독립성 침해 우려'와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 촉구'를 내용으로 하는 '의안 2'를 채택했다.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12.8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8a13f76ad8fbbf.jpg)
법관 대표들은 사전 상정된 '사법제도 개선 관련 입장 표명'과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에 관한 의안도 모두 가결했다.
사법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권리 구제를 증진하고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 그리고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의 의견이 논의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상고심 제도 개선은 충분한 공감대와 실증적 논의를 거쳐 사실심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추진되어야 하고 사실심 강화를 위한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법관 구성과 관련해서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의 다양성과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검증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법관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에 대해서는 "재판의 독립과 법관 신분 보장, 나아가 국민의 사법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따라서 단기적 논의나 사회 여론에 따라 성급하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아울러 "법관의 인사 및 평가제도 변경은 충분한 연구와 폭넓은 논의를 거쳐 법관들의 의견뿐 아니라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도 균형 있게 수렴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결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문재인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공식 출범했다. 법원 내 진보 성향의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전국법원장회의와는 구성과 성격 면에서 별도의 축에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법관대표들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등에 대해 법원장들과 같은 입장을 공식 표명함으로써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연내 추진도 속도가 줄 전망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서는 위헌성 논란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지적했다. 우 수석은 주말인 지난 7일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위헌 소지가 최소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정도의 공감대는 (여당과) 형성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헌법 제100조는 특별법원을 금지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는 일반법원(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내부에 설치되는 전담재판부일 뿐, 별도의 특별법원이 아니고, 현재 법원도 금융·선거·조세·부패 같은 전문재판부를 두고 있다"며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판부 구성 역시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판사회의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지만, 최종 임명권은 대법원장에게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기존 전문재판부는 특정 종류의 사건을 담당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는 특정 개인에 대한 사건을 재판하기 위해 설립되는 것으로 사실상 특별법원이고, 헌재 사무처장과 법무부장관이 법관 인사에 개입하는 데다가 사실상 이들이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에 3권분립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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