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원-달러 고환율의 영향으로 제약·바이오 산업 내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 개발(R&D) 등 분야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9e454b1cad421b.jpg)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평균 1393.38원(매매 기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관세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올해 4월 10일 1482.9원(매매 기준)까지 급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6월에는 평균 1366.95원으로 안정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등락을 반복하다 지난달 평균 1457.77원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 업체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CDMO는 해외 고객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라 마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분기 기준 최소구매물량 수주잔고는 102억 달러(약 14조9500억원) 상당인데,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세전이익이 발생한다.
외형 성장을 이룬 기업도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 에스티팜은 3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2.7% 늘어난 819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41.6% 상승한 147억원이다. 이 중 CDMO 부문 매출은 686억원으로 전년 동기(356억원) 대비 92.9% 급증했다. CDMO 수주잔고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600억원에서 지난해 2500억 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4200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반면, 신약 개발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다르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를 겨냥한 임상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지불하는 비용 역시 대부분 달러로 결제된다. 또한 국내에서 신약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원료의약품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수입 의존도가 높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원료의약품 수입 규모는 21억9904만 달러(약 3조2000억 원)로 전체 수입 비중이 75%에 달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사가 진행한 임상은 총 747건이며, 이 중 절반 이상(376건)이 다국적 임상"이라며 "2021년부터 해외 시장을 노리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많아지면서, 다국적 임상 비율이 이 시점부터 국내 임상 비율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다국적 임상 비율은 50.0%, 2022년 49.5%, 2023년 51.3%로 집계됐다.
내년 하반기부터 제네릭(복제약) 가격 인하가 예고돼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등을 목표로 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제시했다. 이 방안에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제고 △약가 유연 계약제 도입 △퇴장 방지 의약품 제도 내실화 등 신약을 제외한 의약품의 약가 산정 기준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대·중견기업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소 제약사의 역량은 앞으로도 하락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진흥원이 올해 상반기 164개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이익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군은 2조7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68.7% 성장했다. 중견기업군은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보다 61.5% 늘었으며, 중소기업은 5400억원으로 31.7%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 제약 부문은 200억원에 그쳐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2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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