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6선 국민의힘 국회의원인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계엄은 명백히 잘못됐고, 탄핵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다만 당이 너무 늦게까지 정리를 못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대구시장 출마 여부를 연말·연초까지 당과 지역 여론을 듣고 빠른 시간 안에 결심하겠다”고 밝혔다.
주 부의장은 8일 대구 남구 이천동 아트파크에서 열린 지역 중견 기자들의 모임인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제가 정치를 한 20년 넘게 해 왔지만 지금 정치 상황이 가장 최악인 것 같다”며 “여도, 야도, 정부도 모두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정치에 대한 피로감이 심각하다”며 “정치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상계엄·탄핵 관련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 부의장은 “비상계엄은 요건에도 맞지 않고, 군사적 필요도 없었으며 선관위나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잘못된 조치였다”며 “계엄권 발동은 대통령의 권한이지만, 내용이 헌법과 법에 맞지 않으면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잘못으로 인해 탄핵이 제기됐을 때 저는 ‘탄핵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사실관계가 드러난 뒤 해도 늦지 않다’고 했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탄핵은 헌법재판소 전원일치 결정으로 이뤄졌고, 법질서를 존중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상계엄은 분명 잘못됐고 탄핵도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는 말을 비공개 자리에서는 여러 차례 해 왔다”며 “다만 공개 석상에서 말하면 또 다른 정치적 시비와 지역 내 갈등을 불러올 수 있어 자제해 왔다. 제 생각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주 부의장은 현 여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겨냥해 “대통령의 재판 부담을 없애기 위해 형사소송법을 바꾸고, 형법 일부를 손보고, 특정 내용을 처벌하기 위한 이른바 ‘노목제’ 같은 법을 만드는 등 한 사람을 위해 사법체계를 말라붙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집권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앞세워 최소한의 법적·도덕적 기준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내부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여당을 견제하고 저지해야 할 야당은 지리멸렬하고, 방향도 민심과 어긋나 있다”며 “계엄 사태와 탄핵 이후에도 제대로 된 정리와 반성이 없었다.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일부 초선·재선 의원들이 계엄과 탄핵 사태에 대해 뒤늦게 사과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원래 소장파들이 당 지도부의 잘못된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해 당의 건강성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내년 지방선거 전망과 관련해 주 부의장은 “9회 지방선거는 대선 1년 뒤 치러지는 선거라 여당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 사이 변수가 많다”며 “우리 당이 조기에 정비해 민심에 다가가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불리한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여론조사 흐름을 언급하며 “민주당이 전국 단체장의 약 60% 가까이를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대구 현안에 대한 언급도 길게 이어졌다.
통합신공항과 전투비행단 이전 문제에 대해 그는 “본질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전투비행단을 옮기는 것인데, ‘통합신공항’이라는 이름 때문에 중앙정부와의 협상에서 메시지를 잘못 전한 측면이 있다”며 “공군 기지 이전은 20조 원 가까운 비용이 소요돼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는 사실상 어렵다. 재정사업으로 할지, 공자기금 활용을 끝까지 추진할지 대구·경북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수원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당이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10년 넘게 표류했다”며 “안동댐, 해평취수원, 제3의 방안(하천 지하수 취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수질과 환경, 예산 문제를 종합해 과학적이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서는 “대구·경북이 먼저 통합을 추진하다가 지금은 사실상 중단된 사이, 뒤늦게 시작한 대전·충남이 통합 법안을 서두르고 있다”며 “대전·충남이 먼저 통합하면 통합 프리미엄은 그쪽이 가져가게 된다. 통합을 할 것이라면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관심이 쏠린 대구시장 출마와 관련해 주 부의장은 과거 사례부터 꺼냈다. 그는 “2010년에는 당시 대통령이 대구시장 준비를 해보라고 했지만, 역량이 부족하고 선배들이 많다는 이유로 사양했고, 2014년에도 시당위원장으로서 다른 인사를 추천했다”며 “정치는 의원으로 마무리하자는 생각을 오래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대해선 “홍준표 시장이 1년 전에 자리를 비우고 난 뒤 대구시장 자리를 두고 여러 논의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며 “광역단체장은 중앙정부·국회와의 입법·예산 협상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의원 출신들이 언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하면 대구시장에 필요한 준비를 어느 정도 해온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당이 혼미한 상황에서 제가 먼저 뜻을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대구 의원들과 당 지도부 의견도 들어야 한다. 연말·연초 여론조사와 당내 논의를 거쳐 가급적 연초 빠른 시일 안에 결심을 밝히겠다”고 했다.
같은 당 최은석 의원의 대구시장 도전에 대해서는 “대구의 침체에는 경쟁이 없었던 점도 한몫했다”며 “누구든 나와서 비전과 공약을 놓고 평가받는 것은 바람직하고, 정치 후배들의 도전을 격려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대구시장은 사기업 CEO가 아니라 공적 영역의 수장인 만큼 경제 전문성뿐 아니라 협상·조정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천 방식에 대해선 “경쟁 없는 공천은 있을 수 없다”며 “당헌·당규상 누군가 도전하겠다고 하면 경선하는 것이 원칙이고, 추대는 도전자가 없을 때만 가능한 예외”라고 못 박았다. 이어 “공직 선거에서 당원 비율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민심과 어긋나는 길”이라며 “민주당처럼 경선을 원칙으로 하고, 우리는 전략공천 남발로 분란을 반복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주 부의장은 끝으로 “정치는 생물이고, 민심이 방향”이라며 “우리 당이 12월 안에 방향 전환을 하지 못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장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대구와 당을 위해 어떤 선택이 맞는지 숙고하겠다”고만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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