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7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조해 고의로 당 소속 의원들의 국회 계엄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상계엄 직후 의원총회 장소를 당사로 지정하고 국회에 있던 의원들까지 모이라고 지시한 것은 윤 전 대통령의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의원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1ca345fbd0adf.jpg)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고인은 여당 원내대표로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유지 의사를 조기에 꺾게 만들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유지를 위한 협조를 요청받고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무장 군인들에 의해 국회가 짓밟히는 상황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피고인은 국회 들어가 있으면서도 국회의원의 권한이자 의무인 계엄해제 표결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본회의 개의 사실을 알고도 의원총회 개최 의사 없이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당사로 변경해 국회로 가려던 의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본회의장 있던 의들에게는 밖으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는 윤 전 대통령이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본회의장 들어가 있던 의원들을 끌어내려 한 것과 같이 평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의 분명한 고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유가 법적인 기준과 절차를 충족하지 못한 상황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지영 특검보는 "비상계엄 선포 이유가 당일 윤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에서 나온 것 이외에 특별한 것이 없었다는 것 자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홍철호 전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는 것은 피고인이 인정한 바"라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소한 이 비상계엄은 위법하니 속히 해제해야 한다는 정도의 반대는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최근 한 전 총리 재판에서 한 발언을 그 근거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와 관련해 "걱정하지 마라. 빨리 끝낼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전 재판에서 진술했다.
박 특검보는 "그 말은 '너희들(의원들)이 국회에서 비상계엄을 해제 하지 않아도 내가 끝낼 것'이라는 말이다. 윤 전 대통령의 증언을 통해서도 피고인은 충분히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래 걸리지 않으니까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로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협조를 부탁한 것이라는 게 박 특검보 설명이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의원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1de026cdae980.jpg)
박 특검보는 추 전 원내대표가 사전 비상계엄 선포가 있을 것이라는 언질을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받았거나 교감한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정국에 대한 인식이 윤 전 대통령과 비슷했다면서 "피고인은 12월 1일,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언급된 '비상한 조치'와는 달랐지만 동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것이라고 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였다.
다만, 추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헌정 사상 유례 없는 막가파식 행패" "안보도, 경제도, 민생도, 내팽개치고 국정 파괴에만 몰두하는 막장 정치"라고 맹폭했으나 '비상한 조치'라는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 예산안이 민주당 안대로 통과하면, 당정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모든 적법한 수단을 강구'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가면서 내년도 예산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한 것도 사실은 진정한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의원총회를 하려고 했었다면 안건이나 시간을 알렸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장소만 고지했을 뿐"이라면서 "게다가 본인은 국회에 있었다. 그러면서 국회에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당사로 모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 대상으로 지목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당과 대통령을 잇는 유일한 통로가 추 전 원내대표였다고 특히 강조했다. 박 특검보는 "계엄이 선포될 즈음 당 대표는 체포 대상이 될 정도로 의사소통의 창구가 전혀 아니었다. 여당과의 의사소통 통로이자 서로 논의할 수 있었던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했다"며 "당시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당 대표와 의견을 달리했지만 피고인과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추경호 의원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fd5ae3babdd4b5.jpg)
박 특검보는 "피고인이 반대했더라면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당 원내대표까지 등을 돌린 상황에서 계엄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선포할 때까지 걸렸던 시간도 상당부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계엄을 극복하는 데 있어 시간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피고인의 죄책이나 범죄의 중대성은 너무나 크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 기소를 앞두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제외했다. 박 특검보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다른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에게는 선택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특검이 출범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결론대로, 어떻게든 억지로 혐의를 끼워 맞춰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며 "앞으로 법정에서 제게 뒤집어 씌워진 내란 혐의가 허구임을 명백히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표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기각당했다.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고 이를 위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없다고 봤다.
특검팀은 이날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내란선동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황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의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계엄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3~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엄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려 다수 올려 내란을 선동한 혐의다.
특검팀이 소환장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세 번에 걸쳐 출석 조사를 요구했으나 모두 거부하고, 특검이 10월 27일과 31일 두 번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응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 11월12일 자택에서 그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증거가 상당부분 수집됐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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