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이면 대구를 안다?”…최은석 의원의 대구시장 도전 선언에 지역정가 ‘싸늘’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기업 CEO 출신인 최은석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동구·군위군 갑)이 내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국민의힘 대구의원들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지만, 정작 지역 정가에서는 “대구를 잘 아는 사람이 맞느냐”는 의문과 함께 비판적 기류가 더 짙게 흐르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일부 기자들과 만나 “GRDP 전국 최하위에 머문 대구는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시장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며 “대기업을 경험한 자신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초선이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3선 이상의 구력을 갖췄다”며 ‘경제시장론’을 앞세웠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지역에서 곧바로 반발을 자아냈다. “대기업 출신이면 곧장 대구의 경제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인가”, “대구 시민들의 생활, 골목 상권, 공단 노동 현장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반응이 비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지도자의 조건은 스펙이 아니라 ‘도시를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인데 최 의원은 그 부분에서 지역민 설득력이 약하다”며 “국회 입성 후 지역구 활동도 결코 활발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의원이 최근 당내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으며 ‘자신감’을 얻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장동혁 당 대표와의 교감 속에서 출마 선언의 타이밍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곧바로 대구 시민들의 신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역에서는 “대구시장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자리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국민의힘 대구시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대구는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 의원 발언에서도 그 안일함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부담은 그의 정치적 출발선 자체에 대한 회의다.

최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 인사로 주목받았고, 국민의힘의 ‘국민추천제’로 공천을 받았다. ‘지역성’이나 ‘지역 기반’보다는 중앙당 주도의 인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역 정가는 “애초에 중앙 영입 정치인으로 출발한 것 자체가 대구 시장 출마 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주호영·추경호·윤재옥 등 대구 정치권의 중량급 주자들과 비교할 때, 최 의원의 지역 기반과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출마선언 자리에서 “추경호 의원은 거시경제 전문가이고 자신은 실물경제 전문가”라고 한 언급도 “선배들을 견제하면서 본인을 띄우려는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철원 지역정치평론가는 "최 의원이 시장 경선에 나서면서도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을 의지가 있느냐가 문제다"면서 "대구시장을 진심으로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금뱃지를 떼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의원직을 달고 공천 경선에 나온다면 이는 결국 자신의 몸값올리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미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이 대구시장 후보군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민주당의 전략적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구는 지금 ‘경제시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구를 제대로 아는 시장’이 필요한 때”라며 “대기업 경험이 곧 도시경영 능력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지역민이 곧장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의원은 내년 1월 정식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출마 선언이 지역 민심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선언이 ‘주목’은 받았지만, 지지로 이어지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현재 지역 정가의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