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트서 많이 보이던데"⋯스페인산 돼지, 30년만 '흑사병' 비상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돼지고기를 들여오는 스페인에서 30년 만에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5일 비즈니스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최근 바르셀로나 지역의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최소 9건 이상의 확진 사례가 확인됐으며 스페인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1994년 이후 약 30년 만이다.

ASF는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주변 개체까지 살처분이 불가피하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ASF 확산 당시 3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된 바 있다.

세계 각국은 ASF 확산 조짐에 따라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잇달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사육·도축된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했고 일본과 멕시코는 스페인 전역에 대한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돼지고기 수출 인증서의 3분의 1이 외국 정부에 의해 차단된 상태다. 이에 현지 전문가들은 연간 90억 유로(약 15조원) 규모에 달하는 스페인 돼지고기 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달부터 스페인 내 ASF 발생 지역을 대상으로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다만 현지 확산 범위에 따라 규제 지역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입량 감소는 국내 돼지고기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우리나라의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11만4680톤으로 미국(18만5597톤)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이베리코 등 프리미엄 수입육의 인기가 높아지며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은 매년 증가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