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고려 말 문신 유항 한수(韓脩·1333~1384)의 '유항선생시집'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국내에 남아 있는 3종의 판본 가운데 유일한 완전본으로 고려 사대부 문학과 여말선초 인쇄문화 연구에 중요한 기준 자료라는 평가다.
국가유산청은 “단국대 소장본은 서문·발문·판식·구성이 온전해 초간 당시의 원형을 가장 잘 보여준다”며 “고려 시대 문인들의 시문집이 현존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과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지정 사유를 밝혔다.

유항은 15세에 과거에 급제해 여러 관직을 거치며 목은 이색 등 당대 문인들과 활발히 교류한 고려 말 대표 문신이자 서예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에는 세태 비판과 나라에 대한 우려, 자연을 노래한 작품 등이 고루 담겨 있어 고려 사대부 문학의 핵심을 보여준다.
단국대가 소장한 '유항선생시집'은 유항 사후 둘째 아들 상질이 시를 모은 원고를, 제자인 성석용(전라도관찰사)과 이균(금산 현감)이 1400년(정종 2년) 목판으로 간행한 초간본이다.
현존 판본은 하버드 옌칭도서관, 고려대 만송문고, 단국대 소장본 등 세 곳뿐이며 이 가운데 단국대 소장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체제·내용이 온전한 완본이다.
이 책은 국학계 원로인 연민 이가원(1917~2000) 선생이 기증한 자료로 체계성과 완결성이 인정됐다.
시집에는 권근의 서문,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 윤회종의 발문을 포함해 시 146제 218수가 수록돼 있다. 유항의 생애와 사상, 인품은 물론 고려 말 사대부의 정치·생활상을 연구하는 데 핵심 자료로 꼽힌다.
또한 시집은 조선 초기 시문집 간행과 목판 인쇄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서지학적 가치도 높다. 특히 14세기 말 문집에는 드물었던 계선·흑구·어미 등의 인쇄 표현이 나타나 여말선초 목판 인쇄기술 변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대표작 '두미원의 강 언덕'에서 유항은 “햇빛이 잠깐 움직이자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오고, 하늘 그림자가 멀리 잠기자 돛단배는 한가롭게 가네(日華乍動風來軟 天影遠涵帆去閑)”라고 노래했다. 권근은 그의 시를 “간결하고 충담하며 여운이 깊다”고 평한 바 있다.
박성순 석주선기념박물관장은 “이번 보물 지정은 우리 문화유산의 학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한 박물관의 노력을 인정받은 성과”라며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공개를 통해 한국 고전학 연구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