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25일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582bd5ed10875d.jpg)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둔 국민의힘이 지도부 차원의 메시지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당 안팎에선 위헌·위법성이 명확한 비상계엄 선포 1년을 계기로 지도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등 진정성을 갖춘 반성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작 장동혁 대표 등 지도부는 '대여투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쇄신론을 사실상 덮어두는 모양새다.
장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상계엄 사과 필요성에 대해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 정권과 의회폭거를 계속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라며 "제대로 싸우는 게 곧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날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단장 나경원 의원)이 지선 경선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확대(국민 여론조사 비중 30%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 한 데 대해서도 "당대표로서 당성을 강조하고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그 차원에서 지선기획단에서 그런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전날(24일) 의원총회에서도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당 차원의 메시지 수위를 논의했으나, 이 자리에서도 지도부는 여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 등 강경 기조에 맞서 '수세적 태도보다 대여투쟁 강화'가 필요하다는 기류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가 그 직후 오후 열린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여권을 향해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리고, 엎드리면 땅에 짓이기는 게 민주당이다. 이 싸움을 끝내려면 우리의 싸움터로 끌어와 새로운 체제 전쟁을 해야 한다"고 날을 세우며,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비상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등 쇄신 요구와 거리를 둔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렸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25일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3f8b1fbd4a3c0.jpg)
그러나 지도부의 강경론과 달리, 국민의힘이 중도층 이탈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대여투쟁의 실효성도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34.8%)은 여전히 민주당(47.5%)에 큰폭으로 뒤쳐졌다(무선전화 자동 응답 방식으로 진행, 응답률은 3.7%,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7주 연속으로 민주당과 10%p(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대장동 항소 포기 등 여권의 각종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듭 주저하면서 그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날 지도부의 '강경론' 의중과 반대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역임한 김용태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2월 3일을 기점으로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해 규명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계엄에 대한 사과는 민주당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란 당내 의견이 있다'는 말에 "(민주당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다수 국민은 계엄이 잘못 됐고, 그에 대한 정치적·법적 심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1년을 전후해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쇄신 메시지를 내지 못할 경우 향후 지방선거 정국에서의 난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도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 와중에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의힘이 지지율 확장에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계엄 1주년에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까지 발부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지도부가 강성 당원들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지도부, 특히 강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당권을 잡은 장 대표가 제대로 된 현실 인식 없이 본인 당권 강화에만 초점을 맞추려 하는 듯 보이는데 이렇게 가면 지선 이후로 '영남정당화'가 되는 건 불보듯 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원들이 25일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회복과 법치수호 경북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99b1ade1751b5f.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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