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 합작법인(JV) 자회사로 새출발하는 G마켓이 '리빌딩'을 선언했다. 1세대 이커머스로 20년 동안 주인이 여럿 바뀌고, 시장이 급변하며 부침을 겪었으나 대대적인 혁신 계획을 발표하며 이커머스 시장 판도에 변화를 예고했다.

내년을 재도약 원년으로 삼으며 플랫폼의 체력 회복과 기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재건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신세계와 알리 JV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이사회 초대 의장으로 선임됐다. 그룹 총수가 초대 의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협력을 넘어 G마켓 재도약을 위한 강한 의지가 내포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JV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를 자회사로 둔다.
여기에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 G마켓 대표와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JV 시장 안착에 힘을 보탠다. 두 인사는 공동 대표도 함께 맡는다.
G마켓은 2021년 신세계 품에 안긴 이후 이커머스 시장에서 쓴맛을 봤다. 쿠팡과 네이버 양강 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구도를 뒤바꾸기 위해 줄곧 전략 싸움을 벌였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연이은 적자를 기록하며 매각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이에 알리와 '깜짝 동맹'을 선언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이 책임 경영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3월 정 회장이 본격 수장에 오른 이후 이마트가 호실적을 낸 만큼 이번에도 G마켓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도가 높다.

G마켓은 재도약 비전에 따라 초기 비용으로만 7000억원을 투자한다. 주요 항목은 셀러 성장 지원, 고객 혜택 확대, AI 기반 기술 고도화 등이다. 또 2027년까지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위한 시스템 개편을 통해 앱 자체를 뜯어고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알리바바의 글로벌 인프라를 등에 업으며 '글로벌 마켓'을 표방하고 나섰다. 이미 동남아시아 대표 이커머스인 '라자다'와 제휴하며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입점했다. 여기에 북미, 중남미, 중동 등에도 진출하고, 5년 내 연간 역직구 거래액 1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관건은 해외 시장 확장세만큼 국내 시장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느냐다. 셀러 중심으로 역직구 시장을 개척하는 차별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국내에서 쿠팡·네이버의 아성을 한순간에 깨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파트너인 알리의 낮은 소비자 신뢰도가 국내 시장 영역 확대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알리의 기술력이 이를 상쇄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국내 소비자들 이목 끌기에도 성공했다. JV 출범 이후 진행한 대규모 행사 '빅스마일데이'를 맞아 설운도, 김종서, 환희, 민경훈 등을 광고모델을 발탁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배송 경쟁력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자 차별화 배송 서비스 강화에도 나섰다. 스타배송 상품의 경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에게만 장바구니 기준 1만5000원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을 적용했는데, 오는 27일부터 일반회원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스타배송은 100% 도착보장을 목표로 구매 고객과 약속한 날짜에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다.
제임스 장 대표는 지난달 열린 지마켓 미디어데이에서 "지마켓은 한때 국내 이커머스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다시 그 성장을 증명해야 할 때"라며 "한국 셀러의 경쟁력과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만나면 유통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유료 멤버십을 통해 충성고객을 확보한 유통 공룡들이 굳건한 상황인 만큼 G마켓이 직접적인 충돌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셀러를 중심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시장에 구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지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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