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실탄 부족"…호텔까지 품는 태광산업 M&A '차질'


코트야트메리어트 남대문·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추진
애경산업 지분 추가 확대 등 사업 재편 청사진 빨간불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애경산업을 시작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선 태광산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M&A를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누적된 영업손실로 현금 창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였던 교환사채(EB) 발행과 주가수익스와프(PRS)마저 제약을 받으며 손발이 묶였다.

6일 경영계획 공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의 인수와 설립을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애경산업 인수에 이어 코트야트메리어트 남대문과 이지스자산운용을 인수하는 그림이다.

태광산업 CI. [사진=태광산업]

앞서 지난달 20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애경산업 발행주식 2641만 주 가운데 약 63.1%를 취득하며 애경산업을 인수했다.

태광산업의 애경산업 지분율은 833만6289주로 약 31.56%다. 지난달 21일 계약금으로 10%인 235억원을 지급하고, 본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월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2115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선 태광산업이 티투PE와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엑시트(Exit)할 시점에 잔여 지분을 인수하는 '단계적 바이아웃(Phased Buy-out)' 전략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경우 추가 지분 인수를 위한 예비 총알도 필요하다.

M&A의 경우 통상 5~20% 사이에서 여유자금을 마련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애경산업 인수를 위해선 최소 약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태광산업이 추가 M&A 대상으로 지목한 코트야트메리어트 남대문과 이지스자산운용의 몸값만 해도 각각 2000억원,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기존 섬유산업 중심에서 호텔·뷰티·금융으로 영역을 넓힌다는 포부다.

그러나 애경산업 M&A 마무리라는 급한 불을 끄지 못한 상황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 확보는 녹록지 않은 숙제다. 6월 말 기준 태광산업이 보유한 유동자산은 2조1700억원 규모다. 이 중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5040억원 수준이다.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남은 유동자산으로 1조6600억원 상당이 있지만, 회사가 적자인 상태에서 유동자산의 약 70%를 M&A에 베팅하는 건 부담이 크다.

이 상황에 약 3200억원 규모의 EB사채 발행도 밀어붙이기 어렵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3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처분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EB 발행을 통해 자사주를 처분해 M&A 실탄을 마련하려 했으나 금융당국이 주주 권익 보호를 들어 관련 공시 규정을 강화하며 눈에 불을 켜고 있어 만만찮은 상황이다. 이미 금감원은 태광산업의 EB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게다가 태광산업 주가 하락으로 EB 교환가액이 최초 발행 결정 공시 당시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발행 동력도 한풀 꺾였다. 지난 6~7월 EB 발행을 추진할 당시 태광산업 주가는 110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해 교환가액이 117만원대로 설정됐다. 반면 이날 종가 기준 주가는 77만8000원으로 떨어지며 교환 대상 주식의 가치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태광산업은 PRS를 통해 자사주를 유동화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정감사 기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사주 처분 시도가 도마에 오르면서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게 됐다. 자사주 매각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PRS 역시 EB 발행과 다를 바 없는 제약을 받는 셈이다.

태광산업이 자금 조달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화장품·호텔·금융으로 외연을 넓히려던 청사진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관계자는 "이종 산업 간 M&A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자금난까지 겹치면 태광산업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실탄 부족"…호텔까지 품는 태광산업 M&A '차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