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유통업계 영업활동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대형마트부터 SSM(기업형 슈퍼마켓), 온라인 플랫폼까지 폭넓은 규제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업계 안팎에서는 각종 규제에 대한 실효성을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를 둘러싼 규제 움직임이 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26007e31027025.jpg)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SSM의 정의·등록과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관련 규정의 유효기간을 4년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재 SSM은 해당 법안을 근거로 △자정에서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영업 제한 △월 2회 의무휴업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출점 금지 등을 적용받고 있다. 지자체 협의를 거쳐 일부 조정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는다.
당초 이런 규제는 내달 23일 일몰 예정이었으나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9년 11월 23일까지 늘어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여대야소 상황에서 골목상권 보호 관련 의지가 뚜렷한 여당의 입장대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는 조심스럽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유통산업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기울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라는 것이다. 소비자 불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언제든 장을 볼 수 있지만, 많은 소비자가 몰리는 주말과 이른 아침에 영업할 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 보호 취지는 인정하지만,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SSM 가맹사업주들은 자영업자라고 볼 수 있는데, 다소 강력한 규제를 받는 것에 대한 현장의 불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계를 둘러싼 규제 움직임이 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https://image.inews24.com/v1/3947e305054671.jpg)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도 규제 바람이 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공정 거래를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온플법)'의 조속한 입법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법 입법을 더 늦출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국회 입법이 하루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위가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온플법은 플랫폼의 거래 관행을 투명하게 만들고, 입점업체와 중소상공인의 교섭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플랫폼 공정화법 두 가지로 나뉜다.
독점규제법은 매출 보고 의무화, 결제방식 강요 금지, 수수료 구조 개선 등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를 막기 위한 법안이다. 공정화법은 거래조건 서면화나 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갑을 관계 측면에서 입점업체 보호 조항을 담고 있다. 다만 미국 측의 압박과 통상 우려 등을 고려해 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온플법의 필요성은 과거부터 제기됐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찬반 의견이 명확하게 갈리면서 속도가 붙지 못했다. 찬성 측은 현행법 내에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횡포를 막기 어려운 만큼 입법을 통해 규제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플랫폼들이 자사 서비스 우대, 끼워팔기, 최혜대우 요구 등 행위를 통해 입점 업체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과도한 규제가 디지털 시장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 셀러 1명이 다양한 플랫폼에 입점하는 '멀티호밍'을 구축한 상황에서 모든 플랫폼을 동일하게 보고 통제·규제를 하면 차별성이 가지는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 "소비자들이 누리는 소비자 후생을 지키기 위해서 플랫폼의 다양성을 유지시키고 온라인 셀러들의 선택권을 강화시키는 공진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티몬·위메프 사태와 홈플러스 사태 이후 불붙은 정산주기 단축 논의도 업계를 긴장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직매입 거래의 경우 상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 특약매입의 경우 판매 종료일로부터 40일 이내 정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정치권은 이 기한을 더 줄여 납품·제조업체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이와 관련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대표적으로 대규모 유통업자와 온라인 플랫폼 등을 대상으로 판매 마감일로부터 10~20일, 직매입의 경우 상품 수령일로부터 30~40일 이내 대금을 정산하자는 개정안도 나왔다. 공정위 역시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기한이 적절한지 들여다보고 있는데, 필요한 경우 정산기한 단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납품업체 보호라는 명분은 뚜렷하지만, 현금흐름 부담과 운영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정산 주기가 줄어들어 현금 유입보다 유출이 앞서면 유동성 부담이 커진다는 게 유통기업들의 설명이다.
쿠팡, 컬리 등 제조사 상품을 매입, 판매하는 플랫폼을 위축시키고 이들과 거래하는 중소업체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교수, 강형구 한양대 교수로 이뤄진 합동 연구팀의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정산주기 단축 규제의 경제적 영향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60일 이내인 유통사의 납품업체에 대한 정산주기가 20일로 줄어들면 1년 안에 이들 플랫폼과 거래하는 중소 납품업체 비중이 평균 74%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업계를 둘러싼 각종 규제 예고에 공감하면서도 산업 구조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영균 광운대 명예교수는 "새로운 유통시장의 중심이 되고 있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신중하게 전급해야 한다"며 "가치사슬의 본질과 실증을 토대로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정밀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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