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의 성장세가 매섭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설립 10여년 만에 1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화장품 명가 '시세이도'의 시장가치와 견줘도 부족함 없는 수준으로 올라서며 K-뷰티 산업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피알 주가는 28일 전 거래일 대비 1.65% 오른 24만6500원에 마감했다. 올해 초 5만원대였던 주가가 380% 이상 상승했고, 시가 총액은 9조2267억원으로 10조원을 넘보고 있다.
![에이피알 사무실 모습. [사진=에이피알]](https://image.inews24.com/v1/e18f2dc04b0299.jpg)
에이피알의 가파른 상승은 뷰티 디바이스와 화장품의 결합이라는 독창적인 사업 모델에서 비롯됐다. 에이피알은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관리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해 효율성과 생산 속도를 끌어올렸다. 대표 브랜드 '메디큐브', '에이프릴스킨', '널디' 등을 앞세워 홈뷰티·코스메틱·패션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 혁신으로 소비자 충성도를 높였다.
이 같은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했다. 에이피알은 미국·유럽·일본·동남아 시장에서 직접판매(D2C) 방식을 확대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온라인 자사몰 중심의 판매 구조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브랜드 통제력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 중 드물게 기술 기반 뷰티 브랜드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도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 영업이익은 150% 이상 확대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75%에 달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돈다. 주요 증권사들은 에이피알의 올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향후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전통의 강자로 불렸던 일본의 시세이도도 넘어선 에이피알이다. 1872년 일본 도쿄 긴자에서 출발한 시세이도는 일본 최초의 서양식 약국을 모태로 한 세계적 화장품 기업이다. '시세이도', '클레 드 포 보떼', '나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하며 150년 넘게 일본 미용 산업을 대표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시장 둔화와 환율 부담 등으로 실적이 정체되며 현재 시가총액은 약 1조 엔대 초반(한화 약 10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에이피알이 이 수준을 따라잡거나 넘어서는 흐름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상징한다는 평가다.
![에이피알 사무실 모습. [사진=에이피알]](https://image.inews24.com/v1/8f7eda8d86cc04.jpg)
시장은 에이피알의 사례를 단순한 기업 성장 스토리가 아닌, 산업 구조 전환의 신호로 본다. 기존 글로벌 뷰티 산업이 브랜드와 전통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면, 에이피알은 기술·데이터·D2C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빠른 제품 개발과 데이터 기반 마케팅, 피드백 체계는 전통 기업이 따라가기 어려운 속도를 만들어냈다.
물론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은 남아 있다. 이미 주가에 높은 기대가 반영된 만큼, 향후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조정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에이피알은 단순한 주가 테마주가 아닌, K-뷰티 산업의 진화 방향을 이끄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전통 화장품 기업이 갖지 못한 속도와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드문 사례"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 중심의 뷰티 기업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 여력은 단기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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