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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1세대 로드숍 대표 네이처리퍼블릭 '벼랑 끝'


자기자본 –129억으로 자본잠식률 312%⋯온라인에 밀리고 지점은 줄어
에이블씨앤씨·에뛰드·스킨푸드 등은 같은 1세대지만 '역주행'⋯희비 교차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국내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리브랜딩에 성공한 에뛰드·스킨푸드·에이블씨앤씨(미샤)·토니모리와 달리 네이처리퍼블릭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존폐의 기로에 섰다.

2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네이처리퍼블릭의 자본금은 41억3600만원에 그치는 반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29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률은 약 312%로 손실 규모가 자본금의 세 배를 웃돈다. 지난해 말 약 189% 수준이던 잠식률은 불과 반년 만에 잠식 규모가 약 50억원 늘며 재무구조가 한층 악화됐다.

6월 말 매출액은 459억7900만원으로 전년 동기(623억8800만원) 대비 약 26.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8억5200만원으로, 전년 동기(27억800만원)보다 약 79.2% 확대됐다.

단기 지급 능력도 크게 떨어졌다. 6월 말 기준 유동자산은 205억3900만원에 불과한 반면, 1년 내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는 462억700만원에 달한다. 단기 부채가 현금성 자산보다 약 257억원 많아 사실상 상환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유동비율로 계산하면 44%에 불과하다. 신용평가사 등은 유동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질 경우 '단기 지급불능 위험 기업'으로 분류한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이 같은 재무구조는 2018년 10월 유동성 위기로 기업회생을 신청했던 스킨푸드와 유사한 흐름이다. 당시 스킨푸드는 자산보다 부채가 3.5배 많았고, 유동비율이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매각에 성공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00억원으로 회생 전보다 두 배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04억원으로 3년째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수출이 급증하며 K-뷰티 열풍에도 합류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 '자연주의'를 내세워 급성장했다. 2010년대 중반까지 전국 8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로드숍 열풍을 주도했지만, 온라인 전환에 뒤처지고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면서 수익 구조가 무너졌다.

최근 글로벌 진출과 온라인 비중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업계는 단기간 내 재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6월 말 네이처리퍼블릭의 온라인 매출액은 53억9200만원으로, 토니모리(111억9900만원)나 에이블씨앤씨와 비교하면 약 4배 격차가 난다. 오프라인 매장 축소와 신제품 출시 중단에 더해 인디 브랜드 확산으로 경쟁이 심화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함께 경쟁하던 1세대 로드숍 브랜드들은 부활에 성공하며 명암이 엇갈린 모습이다. 에뛰드 역시 '저렴한 색조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합리적 퀄리티'로 포지셔닝을 바꾸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과감히 줄였지만, 네이버·무신사 등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뷰티 콘텐츠와 체험형 마케팅을 결합했다. 그 결과 2021년 무렵 자본잠식에 빠지며 구조조정 대상이던 에뛰드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아모레퍼시픽의 '턴어라운드 브랜드'로 부상했다. 올 상반기 에뛰드의 매출액은 597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에이블씨앤씨와 토니모리도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는 대신 해외·온라인 등으로 유통채널을 다변화하며 수익성을 강화했다.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토니모리의 영업이익은 92억원으로 21% 늘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네이처리퍼블릭이 스킨푸드의 전철을 밟거나 몸값을 낮춰 매각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뷰티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위기는 단순한 브랜드 노후화가 아니라,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 위기를 타개할 전략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합병(M&A)이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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