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은 다른 외국인 지사나 현지법인과 다른 점이 많다. 때로는 외국
인 지사라기 보다 그저 여러 토종 기업 가운데 하나라는 인상을 준다. 기
업 문화 자체가 완전히 한국화한 것이다.
한국오라클은 해마다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면 본사 정책보다는 한국 지사
의 상황을 먼저 고려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IMF때. 달러당 환율
이 2천원을 육박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진다고 판단한 한국오라클의 임직
원들은 제품 가격을 달러당 840원으로 정할 것을 고집했다.
한국오라클은 지난 8월까지 달러당 840원을 고수하며 제품을 판매했다고 한
다. 본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품 가격이 인하돼 골치 아픈 일이었지
만 한국 기업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예전 환율로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좋
은 일이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기업조직의 내면을 들여다 볼때도 한국오라클은 정말 특
이하다. 초기 지사장 한명이 10년 이상 '장기집권'을 하는가 하면, 후계자
를 지사장이 정해도 본사는 이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본사는 신임 사장 내정자를 인정하고 대표이사가 없으면 그와 중요
사안을 논의한다.
이같은 본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한국법인 직원들의 신뢰가 한국오라클을 지
난 11년간 안정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한 힘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처럼 한국오라클이 업계와 내부 직원 및 본사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확보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한국오라클의 임원들을 살펴본다.
◆강병제 사장
강병제 사장(58)은 경복고, 한양 공대를 졸업하고 쿠퍼 유니온 기계공학 석
사를 취득한 뒤부터 줄곧 정보기술(IT)업계에 몸을 담아왔다.

hspace="10">강병제 사장은 89년 미국 오라클의 한국지사로 한국오라클을
설립했으며 올 상반기까지 무려 10년 이상을 한국오라클의 대표이사로 활동
하면서 '장기집권'을 했다.
그는 지난해 창립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89년 소프트웨어는 무조건
공짜라는 생각이 팽배하던 때부터 오라클에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연간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오라클을 일궈냈다"며 "한국오라클의 성
장은 우리나라 IT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협력업체나 고객 기업의 임직원들 사이에서 '정말 믿을만한 사람'으
로 평가받는다. 고객들과 일단 계약한 일이면 불가피한 경우에라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오라클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본사 고위층의 집에까지 전화를 걸어 지원이나 협력을 다짐받는다.
그 때문에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나 본사 임원들도 언제나 고객에 충실
하는 강병제 한국오라클 사장의 업무 스타일을 칭찬하고 있다.
강병제 사장이 자신의 후임으로 윤문석 사장을 내정하고 몇 년 전부터 본사
를 돌아다녔어도 이같은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에 별 잡음이 없었던 것이
다.
평소 포도주를 즐겨 마시는 강병제 사장은 현재 한국오라클의 공식 대표이
사 직을 떠나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준비를 하고 있
다.
◆윤문석 사장
윤문석(49) 현 한국오라클 대표이사 사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주)대우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93년부터 한국오라클에 합류했다.
윤문석 사장은 강병제 사장의 후임으로 대표이사 직에 오르기까지 초고속
승진을 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hspace="10">윤문석 사장은 강병제 사장과 또 다른 캐릭터를 갖고 있다. 강
병제 사장이 한번 결정한 일은 고집스레 밀고 나가는 불도저형이라면, 윤문
석 사장은 모든 업무와 사고의 중심에 '고객'을 두는 인화단결형이라 할
수 있다.
윤문석 사장의 '고객'은 오라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포함되지만 자신
과 함께 한국오라클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내부 고객'들도 포함된다.
그가 '고객 중심의 경영'을 외치는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기업
의 목표는 이윤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돈을 벌고 이윤을 창출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집단이 누구입니까. 바로 고객들입니다. 고객 중심으로 생각
하고 움직이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한국오라클에 최근 입사한 직원들은 윤문석 사장의 교육이 인상깊었다는 말
을 많이 한다.
"여러분의 고객과 직속 상관이 동시에 오라고 한다면 누구에게 먼저 가야
할까요. 물론 곤란한 상황이겠지만 여러분은 고객에게 먼저 가야합니다. 여
러분의 매니저들에게 고객이 불러서 가야 한다고 얘기하면 여러분의 매니저
도 이해할 것입니다. 그것이 한국오라클의 정서입니다. 만약 자기에게 먼
저 오라고 하는 매니저가 있다면 저에게 얘기하세요. 당장 조치하겠습니
다".
윤문석 사장 역시 본사로부터 커다란 신뢰를 얻고 있다. 보통 외국계 회사
의 한국 지사장들은 2년마다 고용 및 연봉계약을 하지만 윤문석 사장은 지
금까지 본사와 그런 종류의 사인을 한 적이 없다.
윤문석 사장은 "그만큼 오라클 본사가 한국법인을 믿기 때문이 아니겠
냐"고 반문한다.
◆오라클의 부사장들

hspace="10">한국오라클은 윤문석 사장 아래 기술부문과 영업부문 등을 총
괄하는 부사장제도를 도입해 움직이고 있다. 대외 영업과 기술지원 어느
것 하나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 부서이기 때문에 각 분야를 총괄하는 부사
장을 두고 이들의 관리하에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안병문(48) 기술부문 부사장은 경복고와 서울대 공대를 거쳐 지난 93년부
터 한국오라클에 몸을 담고 있다. 정보처리학회와 DB학회에서 활발한 활동
을 하고 있는 안병문 부사장은 골프와 음악감상을 즐긴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알려진 안병문 부사장은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신
기술 습득과 고객사들에 대한 기술지원 등으로 분주한 생활을 하고 있다.

hspace="10">김일호(46) 영업무문 부사장은 지난 5월 한국오라클에 합류하
기 전까지 캐드소프트웨어로 유명한 오토데스크코리아 지사장을 8년간 역임
했다.
경복고,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HP, 다우기술 등 주요 IT업체
를 두루 거친 김일호 부사장은 오토데스크 재직시 국내 범용 캐드소프트웨
어 산업을 주도하던 핵심인물로 꼽혀왔다.
"한국오라클로 입사한 이후 지금까지 '분위기 파악'을 해왔다"는 김일호 부
사장은 예전 오토데스크코리아를 리드했을 때처럼 탁월한 영업수완을 발휘
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김일호 부사장은 골프가 취미이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고등학교 다니는 아
들과 1대1 농구를 하며 아들의 생활과 고민을 함께하는 자상함도 있다.
/윤휘종기자hwipara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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