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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폭풍…학계 "대법관 증원보다 대법원 전문화가 더 급해"


"민사 20년 한 법관, 형사 맡으면 재판 빨리 되겠나"
"대법관 수, '신속한 권리구제'에 목표 두고 정리해야"
"소부 위 신설 '연합부', 관계 설정 없어 국민 불신 우려"
재판소원…"헌재기능 마비" vs "사전심사제 있어 '기우' 불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10.2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10.2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여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민의 권리 구제 측면에서 재판 속도를 높이려면 단순히 대법관 증원이 아니라 대법원 재판부를 전문화 하는게 먼저라는 지적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대법관 26명으로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열람·복사 전면 허용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당은 이와 함께 재판 과정 또는 판결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이를 헌법소원으로 다투도록 하는 '재판소원'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급심도 민·형사 나뉘어…전문화 논의 있어야"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지점은 대법관 증원이다. 당은 매년 4명씩 3년간 순차 증원을 통해 기존 14명이던 대법관 수(대법원장 포함)를 총 26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금의 전원합의체(대법원장이 재판장. 법원행정처장 제외 13명으로 구성)를 2개를 만들어서 상고심 사건 적체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학계는 단순히 대법관 수를 늘린다고 해서 여당 주장처럼 재판 속도가 빨라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10.2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대법관 26명 증원안'에 대한 학계 평가 [사진=조은수 기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독일연방대법원의 경우 민·형사부가 나뉘어 있고 전문법원들이 있어서 1·2·3심이 그 안에서 움직인다"며 "우리나라의 로펌에 비해서도 법원이 (구성상) 전문성이 떨어지는데, 현재 시스템을 고수하겠다는 건 잘못이다. 민사 20년을 (담당)하던 법관이 갑자기 형사재판을 하면 재판이 빨리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현재의 사법부는 일부 일선 법원의 일부 전문재판부를 빼고는 인사에 따라 법관들이 여러 재판부로 배치되고 있다.

대법원 구성을 '소부(6개)-연합부(2개)-전원합의체' 구조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봤다. 장 교수는 "(여당 안은) 연합부 2개를 만드는데, 1·2부가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없다"며 "민·형사를 나누듯이 (사건 처리) 기준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재판 당사자들이) 대법관의 정치 성향을 나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들이 판결을 대법관들의 정치 성향에 의한 결과로 치부해 불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결국 연합부에서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전합으로 넘어가는 소위 '옥상옥' 구조도 나오게 될 거라고 우려했다.

조재현 한국헌법학회장(동아대 교수)도 '신속한 권리 구제'를 목표에 두고 대법관 증원 규모를 정리하는 게 맞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전원합의체(연합부)를 2개로 늘린다면 민·형사부로 한다든지 등의 전문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상고심 심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26명 증원을 턱도 없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전문부를 둬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30년 동안 대법원의 상고사건을 줄이기 위해 상고허가나 상고법원 등을 추진했지만 실패했고, 이제 남은 건 대법관 증원"이라면서 "권리 구제 기능을 하려면 대법관 26명으로는 어림 없고, 독일식의 전문부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추천위 개편, 장단점 모두 있어"

대법관 추천위원회 개편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당은 현행 10명 규모인 추천위를 12명으로 늘리고 인적구성의 다양성을 더했다. 대법관 선출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입김을 약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10.2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대법관 추천위 구성' 변경안에 대한 학계 평가 [사진=조은수 기자]

여당의 사법개혁안은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원에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빼고 대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위원으로 넣었다. 전국법관대표 회의 추천 법관을 1명에서 2명(1명은 여성)으로 늘리고, 전국 각 지방변호사회 회장 과반이 추천하는 변호사 1명을 새로 포함시켰다.

장 교수는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이고 법원 내 (대법관) 후보군이나 역할에 대해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이점이 사라지는 건 단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을 찾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조 교수는 "구성의 다양성을 기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사법부 구성에 있어 국회의 적절한 견제 방안이 주어지면 좋은데, 그게 간섭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교수는 사법부에 대해 더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 확보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선출권력이 아닌 사법부가 헌법적 권한을 부여 받기 위해선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이 임명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 임명을 위한 추천위원회는 국민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며 "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장, 헌재 사무처장이 (위원에) 포함되는건 중요한 논점이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소원, 기본 사법체계 근간 흔들 사안

이번 사법개혁안에서는 일단 빠졌지만 '재판소원제'의 경우 대법원과 헌재간 균형이라는 기존 사법체계의 근간과 위상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론 추진 절차를 밟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검찰 출신의 같은 당 김기표 의원이 지난 20일 정 대표와 당 소속 의원등 10명을 대표해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 취지 파기 환송한 후 재판이 정지된 상황에서 추진되다 보니 소위 '재판 뒤집기' 시도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많다. 국민의힘에서는 여기에 사실상 '4심제'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고,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한다"고 규정한 우리 헌법 제101조에 위반된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재판소원 요건으로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한 경우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밖에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한 경우에 한정해 '확정판결' 후 진행된다면서 사실심(1·2심)·법률심(3심)과 달리 재판소원은 '기본권 침해 구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7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재판소원은 재판의 신속한 확정과 권리 구제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며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즉, 최종심 판결을 수용할 수 없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재판소원을 사용하게 될 텐데, 헌재에서 급증하는 사건을 다 처리하지 못해 기능 마비가 오면 그만큼 확정판결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취지다.

학계에서는 헌재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부터 '사전심사제를 적절히 이용하면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까지 여러 진단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위원들이 20일 국회 의안과에 사법개혁안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10.20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여당 당론 추진 예정인 '재판소원제'에 대한 학계 평가 [사진=조은수 기자]

대법-헌재-학계까지 의견 제각각

장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찬성하면서도 "독일 헌법재판소의 전체사건 중 재판소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95%"라며, 우리나라 역시 재판소원의 사건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헌재에 두 개의 부를 두고, 두 배의 속도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사전 준비 없이 무조건 재판소원부터 했다가는 정말 헌재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자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모든 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을 하겠다는 게 아니고 기본권 침해적인 측면만 심사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사건이 폭주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헌재 기능이 마비될 것이다' 내지 '4심이 될 것이다' 할 것은 아니다"라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이어 "헌법소원에는 사전심사가 이미 도입돼 있다. 터무니없는 사건은 (3인으로 구성된) 재판관에 의해 다 걸러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도입 후) 사건이 폭주한다면 인력 충원 부분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재판소원이 사건 폭주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그렇다면) 법원에서 기본권을 침해하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면서 "재판소원은 '3심 제도' 바깥에 있는 것으로, (사실관계 및 법률적 판단이 아닌) 헌법 침해 사건만 골라서 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경우처럼 사건이 (헌재로) 와도 대부분은 다 지정재판부에서 각하한다"면서 "(그런 취지에서 헌재도) 여러 제도적 완충 장치를 두면 헌재 인력만으로도 충분히 재판소원을 감당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 출신의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17일 오전 헌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헌재 국정감사 마무리 발언에서 "기본권 보호 측면에서 이상적이지만 입법권자가 해결할 과제"라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여당의 사법개혁안이 발표된 다음날 출근길 취재진과 만나 "공론화 과정에서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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