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스타벅스 요즘 예전과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지난 2021년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한국 법인 지분을 모두 매각할 때부터 이런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1999년 이마트와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이 50대50으로 설립한 합작회사였는데, 이마트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싱가포르 국부 펀드 GIC가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사실상 완전한 한국 회사가 됐습니다.
![스타벅스 매장 내부에 외부 음식 취식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https://image.inews24.com/v1/a544d6dc61af3e.jpg)
운영 주체가 한국 기업으로 일원화됐으니 기존 스타벅스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도 적잖이 나왔습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최대주주가 이마트로 바뀐 후 커피 맛이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용하는 원두가 그대로이니 그럴 수가 없는데 말이죠. 이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최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커피 맛이나 운영 방침 등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정말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커피 맛이나 운영 방식이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특유의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문화는 무엇일까요. 스타벅스는 커피를 넘어 공간을 판매한다는 경영 철학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합니다. 가정과 직장 외에 편하게 쉴 수 있는 제3의 장소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 달리 주문을 하지 않거나, 외부 음식을 가져와도 표정을 구기지 않고 환영하는 이유입니다.
고객과 정서적 교감을 중시하기에 지금도 음료가 나오면 손님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서비스를 원칙으로 고수하기도 합니다. 파트너가 고객의 이름을 부르고, 음료를 건넬 때 서로 눈을 맞추는 그 과정이 스타벅스 문화의 핵심입니다.
그런 스타벅스가 매장 내에서 외부 음식 취식을 전면 금지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작지 않은 변화인 듯 합니다. 이전까지 향이 강한 외부 음식이 아니면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으나, 앞으로 이유식을 제외하면 모든 외부 음식과 음료 취식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소비자가 해당 규정을 악용해 다른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스타벅스 매장 내부에 외부 음식 취식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https://image.inews24.com/v1/c777e8fff90b6a.jpg)
지난달부터는 '민폐 카공족' 방지에 나섰습니다.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를 비롯해 프린터와 멀티탭, 칸막이까지 설치한 채 공간을 사실상 독점하는 이들의 사용을 제한하고 나선 것입니다. 고객이 이를 어길 경우 직원들이 구두로 안내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테이블 위에 개인 물품을 두고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여러 명이 함께 앉는 테이블을 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경우도 다른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계기로 주요 배달앱에 입점해 배달 서비스에도 진출한 상태죠. 지난 2023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진동벨 사용 매장은 어느덧 150곳을 넘겼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키오스크 도입까지 검토 중입니다.
이와 달리 글로벌 스타벅스는 지난해부터 '다시 스타벅스로(Back to Starbucks)'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객들이 편안한 매장 좌석에서 라떼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던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8월부터 좌석 없이 운영하는 픽업 전용 매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 내부에 외부 음식 취식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https://image.inews24.com/v1/19be44c8ae68ad.jpg)
왜 글로벌 본사는 스타벅스 코리아와 다른 방향성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요.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 브랜드로 꼽히는 스타벅스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커피 수요 감소에 더해, '루이싱 커피' 등 저가 브랜드들이 급증하며 실적 악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를 견디지 못해 최근엔 10억 달러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올해 초 10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한 데 이어, 북미 지역 일부 매장을 폐쇄하고 약 900명의 비매장 직원을 해고할 계획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여전히 실적이 견조하지만, 언제 위기가 찾아올진 모르는 일이라며 잔뜩 긴장하는 눈치입니다. 경기 침체와 저가 브랜드의 난립 등 대외 환경은 글로벌 본사가 맞닥뜨린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실적 성장세는 점점 둔화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국내 시장에서도 위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위기 앞에서 글로벌 스타벅스는 타개책으로 '초심 찾기'를 택한 것인데,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런 해법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다른 노선으로 갈아엎기는 어렵겠지만, 시대 흐름에 맞춰 기업 철학도 일정 부분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타벅스 본사의 모토로 돌아가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대안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스타벅스로 거듭나는 쪽이 정답에 가까울까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정확하게 판단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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