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 예우 법률안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 투표 중 명패와 투표지 갯수 1개차 불일치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국회법을 보여주며 해결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797c6e78cb5724.jpg)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회 여야 '강대강 대치'가 정점을 향하고 있다. 여당은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을 25일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본회의 상정 법안마다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 맞불을 놓으면서다.
여기에 여당은 국민의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신설 등 사법개혁 관련 법안들도 줄줄이 처리할 태세다. 국회 안에서의 저항 만으로 활로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국민의힘은 이번 주말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투쟁까지 예고하면서 '민생 협치'는 한동안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후 본회의 개의 직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막판 본회의 상정 법안 합의를 시도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우 의장이 결국 여당의 손을 들어주며, 이날 본회의에선 여당 요구대로 △정부조직법 수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법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등 4개 쟁점법안이 나머지 7개 비쟁점 안건과 함께 상정됐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등 4개 법안이) 시급하기 때문에 먼저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국민의힘이 무작정 반대만 하고 있다"며 "무한 반대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쟁점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막지 못한 국민의힘은 즉각 필리버스터로 맞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찰을 해체해 중대범죄수사청과 기소청으로 나누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본회의에서 합의되지 않은 법률안을 먼저 상정해 처리하겠다는 것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여당은 이날 본회의에 4개 쟁점법안과 69개 비쟁점 법안을 모두 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이들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예고하면서 '의사일정 초장기화'를 우려해 일단 4개 쟁점법안만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이 의총을 통해 일부 비쟁점법안에 대해선 일단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 및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국회 결의안 △산불 피해 지원 특별법 △문신사법 등 7개 비쟁점 안건도 함께 상정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추후 정기국회 내 본회의에서 상정될 나머지 비쟁점 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철회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민주유공자 예우 법률안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 투표 중 명패와 투표지 갯수 1개차 불일치가 발생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국회법을 보여주며 해결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890435028959a0.jpg)
추석 물가 관리와 대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 등 시급한 민생 이슈가 산적해 있음에도, 여야가 서로 강경 노선을 버리지 않는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에서 연달아 승리한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힘을 완전히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면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부산시장 등 핵심 지역을 포함해 광역자치단체장 17석 중 12석을 석권한 국민의힘은 지방 권력까지 뚫리면 정부·여당 견제가 완전히 불가능해진다고 보고 이를 절대 사수해야 다는 입장이다. 이에 양당 모두 추석 밥상머리 민심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세 결집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검 수사 등 정국 상황과 의원 수 등 모든 부분에서 열세인 국민의힘은 지금 의원들의 체력을 신경 쓸 상황은 아니다"라며 "필리버스터도, 장외투쟁도 지금 밀리면 선거를 앞두고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앞선 지적과 같이 여야 간 고조되는 전운에 협상 창구가 완전히 막히면서 민생 회복에는 빨간불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양당 원내지도부 역시 향후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의미가 없어 보인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당장 여야 공통 공약 이행을 논의하는 민생경제협의체도 지난 8일 여야가 구성을 합의한지 2주가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또 대미 관세 협상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차원의 산업계 지원책 논의도 시급한 상황인데, 정쟁에 가려 각 정당 차원 논의에만 머무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선 추석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치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면서도 "엄중한 민생·경제 상황을 고려해 극단 대결보다는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논란이 있는 기업·협회 관계자들 국정감사 증·참고인 채택을 논의할 때는 그래도 대화가 되는 상황"이라며 "정치-민생 투트랙이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한국 정치가 너무 극단화되다보니 여야가 지방선거 표 결집을 의식해 상대 당에 대한 공격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며 "일종의 적대적 공생관계이고 그 사이에 민생이 희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주요 법안 처리에 있어 더 깊은 숙고가 필요하고, 야당은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정부조직법 등 일부 입법에는 전향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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