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포털을 말한다-끝] 가치있는 '콘텐츠의 바다'를 향하여


 

포털(Portal)의 사전적 의미는 현관문이다. 이게 IT 용어로 쓰일 때는 '인터넷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해주는 관문 사이트'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원래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 현실적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포털은 경유지이고자 하지 않는다. 목적지 그 이상을 원한다. 처음이자 끝이고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포털 사업자의 뜻이다. 포털에 담긴 내용 또한 마찬가지다. 없는 게 없다. 그래서 포털은 '인터넷 바다'를 축소시킨 또 하나의 '바다'다.

그 바다를 채우는 오브젝트는 정보다. 콘텐츠다. 그것은 바다 생태계 최하단에 있는 프랑크톤 같은 것이다. 프랑크톤의 양과 질에 따라 바다 생태계가 달라지듯, 콘텐츠의 양과 질이 포털의 체력을 결정한다. 포털의 기반인 네티즌은 정보와 콘텐츠를 먹고사는 바다의 물고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털이 원래 생긴 것과 달리 경유지를 거부하고 '또 하나의 바다'이고자 하는 한, '인터넷 바다'의 생태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당연해 보인다. 또 이로 인한 콘텐츠 전문업체와의 충돌도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그렇다고 포털더러 '사전적 의미로 머물러 있어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점이다. 포털의 변신은 트렌드일 가능성이 많고, 누구도 그 트렌드를 통제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바다에겐 상생의 답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제조업과 유통업의 협력관계 같은….

◆포털에는 얼마만큼의 콘텐츠가 있나

'세상의 모든 지식'. 네이버가 표방하고 있는 서비스의 핵심 화두다. 물론 네이버 안에서 이를 실현시키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럼 네이버는 지금 얼마만큼의 지식 정보를 저장해두고 있을까. 정답은 1천800테라바이트(TB).

이 수치를 따져보자. 종이 신문 하루치의 데이터 양은 보통 200Kb라고 한다. 1천800TB를 이로 환산하면 무려 2천600만년 치의 신문에 해당한다. 두께 0.064mm 신문을 쌓는다면 그 높이가 766만7천712m에 달하는 양이다.

이 정도면 오프라인 공간의 데이터 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네이버 서비스 규모 및 현황>

회원 수

2천 300만 명

하루 방문자수(UV)

1천 300만 명

서비스 총 데이터량

1,800TB =영자신문 2천600만년/페이지 1천198억 페이지

네트워크 사용량

50Gbps = 초당 영자신문 40만 페이지 전송

<표1 출처 : NHN>

1초 동안 오가는 정보의 양도 엄청나다.

가장 활발할 때 네트워크 사용량은 50Gbps이다. 바이트로 환산하면 초당 6.25기가바이트로, 영자 신문 약 40만 페이지에 해당된다.

이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네이버를 찾는 사람은 하루 1천300만 명.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 독일전에서 전국에 모인 응원단이 700만 명이라고 하니, 네이버에는 매일 그 두 배쯤 되는 인파가 북적거리고 있는 셈이다.

이 또한 오프라인 공간과 비교하는 게 무의미하다. 도대체 1천300만 명이 모이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포털에는 어떤 콘텐츠가 있나

검색, 게임, 공연·티켓, 교육, 금융, 날씨, 다운로드게임, 다이어트, 대출, 대항해시대, 러브·섹스, 만화·소설, 만화속세상, 메신저, 명의도용방지, 뮤직, 미즈넷, 미즈토크, 법률, 복권·로또, 보험, 부동산, 사전, 생활정보, 세계엔n, 스포츠, 신지식, 시티N, 아고라, 아바타몰, 아이템샵, RSS넷, 여행, 영어사전, 영화, 오픈마켓, 와글, 와우!재팬, 와이어드, 요리·맛집, 2006 운세, 웨딩, 인터넷잡지, 임신·육아, 자녀PC관리, 자동차, 자동차보험, 자료실, 중국어사전, 제주, 증권, 지도·교통, 창업, 친구찾기, 취업·알바, 쿠폰, CUVE·VOD, 텔레비존, 파이, 패션·뷰티, 폰게임, 폰세상, 한디스크….

이는 다음의 초기화면 하단 카테고리 메뉴를 옮겨 적은 것이다.

그 밑에 또 수많은 카테고리가 있을 것이므로, 세상에는 있는데 포털에는 없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포털의 콘텐츠를 이야기하면서 분야를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어디선가 봤다면, 대부분 포털에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포털에 있는 콘텐츠의 생산 주체와 그의 목적이다. 콘텐츠 생산주체와 포털의 충돌이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 생산자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상업적인 경우와 그렇잖은 경우. 상업적인 콘텐츠의 경우 생산자가 집단이건 개인이건, 또 유료로 판매되건 무료로 보여지건, 저작권이 행사될 수 있는 콘텐츠이다. 비상업적인 콘텐츠는 저작권 행사보다 오히려 널리 알려지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다.

주체간 갈등을 낳는 것은 상업적 목적의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한국이 낳은 독특한 콘텐츠 생산양식

최근 포털의 최대 화두는 UCC(User Create Contents)다.

'사용자 생산 콘텐츠'를 뜻한다. 말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UCC는 그야말로 한국형이다. 블로그, 미니홈피 등 1인 미디어는 물론 네이버가 돌풍을 일으킨 '지식iN' 검색이 대표적인 UCC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최근에는 텍스트 중심에서 동영상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UCC는 특히 포털 사업자 입장에서 콘텐츠 생산비용을 극도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 상업적 목적의 콘텐츠와 달리 저작권과 관련된 복잡한 이슈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포털 사업자에겐 매력적이다.

UCC는 그런 이점 때문에 앞으로 큰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네이버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seekwolf는 UCC에 대해 "정보화 시대에 UCC생성과 이용은 농업시대를 사는 사람이 농사를 지어, 직접 도정하여 밥을 해먹고, 산업시대 사람이 공장에 다녀, 임금을 받아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여 생활하는 것과 같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는 또 "이는 UCC를 생성하거나 이용하지 않고서는 생활에 곤란함을 겪는다는 것이며, 개인에게 있어 UCC 생성 동기가 자기만족과 타인에 대한 호의에서, 정보화 시대의 중요한 가치로 전환됨을 의미한다"고 설명하였다.

네티즌은 이제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되는 셈이다.

결국 UCC는 포털과 네티즌의 입맛에 모두 맞는 콘텐츠 생산방식인 것이다.

◆UCC 활성화를 막는 몇 가지 숙제

UCC가 이처럼 안정된 트렌드가 되려면 극복해야 할 문제도 적잖다.

우선 지적될 것은 정보의 정확성 문제다. 사실이 아니거나, 올바르지 않다면 그 정보는 아무리 넘쳐도 쓸 모 있다고 볼 수는 없겠다. '사용자 생산 콘텐츠'가 내용상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네티즌이 지속적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동기나 명분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숙제가 된다. 초기 상태의 UCC는 자기만족과 타인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콘텐츠 제작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드는 반면, 돌아오는 대가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생산자의 제작 동기가 꺾일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UCC에 대한 보호문제도 좀 더 숙고해야 할 상황이다.

네티즌은 포털 사업자를 믿고 자신의 콘텐츠를 생산한다. UCC가 축적될수록 그것은 디지털 자산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대개 공유를 목적으로 제작된 콘텐츠가 많겠지만, 그렇잖은 콘텐츠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콘텐츠가 마구 퍼 옮겨지는 것을 원치 않은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콘텐츠는 분명히 보호돼야 한다.

일부 업체는 이미 이에 대한 보호 툴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지만, 이를 표준화, 업계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털의 난제는 역시 상업적 콘텐츠

UCC의 최대 고민은 역시 상업용 콘텐츠의 불법 펌질이다.

한 블로거는 이런 경향에 대해 "네티즌을 이용해 남의 자료를 훔쳐와…"라고 힐난한다. 포털이, 훔친 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벅스며 냅스터 사례를 참고하라"고 경고한다. 훔친 자료가 포털 사이트 콘텐츠를 지배할 때 나중에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신랄하게 경고한 셈이다.

다소 거친 경고이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한 블로거의 지적처럼 디지털 음원 분야에서 상업용 콘텐츠의 불법 펌질은 법원과 저작권자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음원은 물론 음원 이외의 콘텐츠에서도 이같은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게 정상적이다.

더구나 포털의 경우 불법 펌질된 콘텐츠는 다수가 중복되게 마련이어서 검색과 연결되면 오히려 산만한 결과를 내올 수밖에 없게 된다. 검색하는 사람으로서는 같은 결과 값이 여러 개 나올 때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이런 경향에 대해 포털만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다.

포털 업계 한 관계자는 "차가 잘 달리도록 만든 고속도로에서 어떤 이가 불법을 저지른다고 해서 그것을 도로공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묻는다. 포털과 불법 펌질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네티즌에게 공짜로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만들 수 있게 해줬는데, 네티즌이 거기서 불법을 저지르는 것까지 일일이 책임지도록 한 것은 가혹하다는 말이다. 이들의 주장은 여러모로 충분히 일리가 있는 항변이다.

관리는 엄격히 하게 하되, '무한책임'을 떠넘겨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포털은 카페가 됐든, 블로그가 됐든, 미니홈피가 됐든, 불법 펌질을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 문구를 올려놓고 있다. 최소한이지, 최대한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포털 또한 불법 펌질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만성적인 불감증이다.

"불법이라 해도 모두가 하면 그것은 죄가 아니다." "할 수 있다면 네티즌 모두를 구속하라." "나 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러는 데 뭐…."

대부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탓을 포털로만 돌리는 것은 부질없다. 차라리 블로그든 카페든 폐쇄하라고 말하는 게 낫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거친 문화적 성숙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포털을 중심으로 모든 주체가 노력해야 한다.

◆포털과 상업적 콘텐츠 생산자의 갈등

대부분의 닷컴 기업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네티즌과 교감한다. 굳이 따지자면 오프라인 상품을 거래하는 쇼핑몰 정도가 예외일 수 있지만, 이들 쇼핑몰 또한 상품의 이미지가 콘텐츠이며, 다른 콘텐츠도 엄청 많다고 할 수가 있다.

또 이들의 수익구조는 크게 두 가지다. 네티즌에게 콘텐츠를 직접 파는 것과 콘텐츠를 보여줌으로써 사람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를 유치하는 것이다. 콘텐츠가 유료이건 무료이건 닷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분명해 보인다. 생산하는 콘텐츠가 독보적이면서도 네티즌에게는 꽤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포털 또한 예외가 아니다. 더 많은 콘텐츠를 포털이라는 바다에 담고 더 많은 네티즌이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사업 기회를 얻는 것이다.

문제는 포털의 경우 사업자가 직접 생산한 콘텐츠보다 외부에서 생산한 콘텐츠가 월등히 많다는 점이다. UCC의 경우 이미 밝힌 바와 같고, 상업적 목적을 가진 외부 닷컴의 콘텐츠도 엄청나다. 물론 정부기관이나 공익기관처럼 상업적 목적보다는 홍보나 계도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의 콘텐츠도 상당히 많아지는 추세다.

어찌됐건 오프라인으로 치면 '콘텐츠 종합유통센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중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상업적 목적의 닷컴 기업과의 갈등이다.

갈등의 이유는 뚜렷하다. 생산된 콘텐츠에 대한 경제적 가치 평가에 대해 포털과 생산자의 견해가 다른 것이다. 포털과 스포츠신문이 뉴스 콘텐츠의 가격 문제를 놓고 벌였던 대결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현상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콘텐츠에 대한 가치평가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야 비로소 이에 대한 공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 됐다는 말이다.

그것은 서로 시장가격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풀릴 문제다.

◆포털과 상업적 콘텐츠 생산자의 윈윈모델

그렇다고 포털과 콘텐츠 생산자가 갈등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시너지를 내는 윈윈 모델도 적잖다.

일종의 지식 오픈마켓인 네이버의 '지식시장'이 그 예다. 정보가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를 만나 가치 있는 자료로 활용되는 사례다.

'지식시장(km.naver.com)'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유, 무료로 공유 및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이다.

전문서적, 학술논문, 서식, 연구보고서는 물론 일반 리포트에서 클립아트 이미지까지 전문 업체와 개인이 제작한 모든 범위의 독창적인 디지털 지식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유료, 무료로 제공한다.

기존에는 지식정보를 유통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지만, 엄청난 네티즌을 보유한 포털과 결합함으로써 누구나 자신이 가진 디지털 콘텐츠로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네이버 지식시장에는 현재 110만여 개의 학술, 전문지식 콘텐츠, 2만여건의 서식 콘텐츠, 10만여건의 디자인 콘텐츠 등 약 140만여개의 지식정보가 등록되어 있다. 이런 게 활성화할 경우 가치있는 지식정보가 정당한 가치를 부여 받게 되는 효과와 함께 지식구매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자신의 정보경쟁력을 강화하는 부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포털과 콘텐츠 생산자의 윈윈 사례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포털에 담기건, 독자적인 사이트 내에 존재하건, 네티즌에게 부가가치를 주면서도,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콘텐츠가 늘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는 제 값이 보장되고 인정되는, 사이버 콘텐츠 유통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는 게 포털이라는 콘텐츠의 바다를 풍요롭게 키우는 길이며, 대한민국이 지식정보시대의 강국으로 거듭나는 길일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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