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천안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장혁 의원이 의회 내부의 부조리와 예산 낭비 실태를 공개 비판하자, 동료 의원들이 오히려 장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내부 비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입막음을 택한 의회 내 기류에 대해 시민사회는 “제 식구 감싸기이자 정치적 보복”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내부의 권한 남용과 예산 낭비를 시민께 알리는 것이 시의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의장단 해외연수의 외유성 논란, 의장 직권 남용, 의원들의 각종 갑질 행태 등을 낱낱이 폭로했다.
이후 장 의원은 18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장 앞에서 시민단체·지역구 주민들과 함께 “해외연수 계약금 반납하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는 천안시의회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튀르키예·크로아티아 해외연수 추진 과정에서 무리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여행사에 위약금과 계약금 명목으로 시민 세금 수억 원을 집행한 데 따른 항의다.

시의회는 이미 2022년 이태원 참사로 연수를 취소하면서 1억800만원을 떼인 상태고, 작년엔 1억7900만원을 들여 31명이 참가하는 해외연수를 강행했다. 일정 대부분은 관광지 방문으로 구성돼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해외 방문의 목적이 ‘천안 공원 조성 방안 연구’였다는 점에서 명분도 논란이 됐다.
하지만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제도를 개선하기보단,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장 의원에 대한 집단적 압박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당 김행금 의장을 포함한 시의원 6명은 장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은 장 의원에게 “사람까지 동원해 시위하느냐”, “탈당하고 밖에서 시위하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해당 시위에 동참한 시민들은 “동원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왔다”며 되려 시의원들의 언행을 비판했다.
박우운 진실회복운동본부 조직국장은 “시의회가 예산을 낭비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지적한 의원을 탄압하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시민단체 차원의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장 의원의 폭로가 오히려 천안시의회가 처한 민낯을 드러낸 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피켓 시위 참가자는 “우리 지역구 시의원이 소신 있게 행동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시의회가 장 의원의 충고를 되새기고 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오히려 본회의 당일 의장단의 해외연수 취소와 관련해 900만원의 위약금이 발생한 문제에 대해선 침묵을 유지한 채, 장 의원의 비판과 행동 방식만 문제 삼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당한 내부 고발과 시민 참여를 탄압 대상으로 보는 것은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방의회 내 부조리에 침묵하며 같은 당 의원을 징계 대상으로 삼는 데 대해 “자정 능력 상실”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장혁 의원은 “의회가 시민을 위한 곳인지, 특정 권력의 울타리인지 묻고 싶다”며 “시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소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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