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정수 기자] 자율주행차는 더 이상 미래의 상상이 아니다. 자동차가 스스로 달리고 멈추는 그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 과학의 힘이 작용한다. 빛과 초음파를 이용한 첨단 센서, 그리고 정밀지도까지, 이 모든 기술이 모여 자동차에게 ‘오감’을 선물한다. 이 글에서는 빛과 음파의 놀라운 특성을 살펴보고, 센서와 정밀지도가 어떻게 결합되어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지, 그 과학적 원리를 기술적으로 쉽게 풀어본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 모양의 물결이 퍼져 나가는데, 이때 물결의 ‘봉우리’에서 다음 ‘봉우리’까지의 거리를 파장이라 부른다. 마찬가지로 빛도 한 지점에서 진동이 시작되어 공간을 따라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파동의 성질을 지닌다. 빛은 파장 길이에 따라 라디오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으로 구분되며, 파장이 짧을수록 에너지가 크고(예: 자외선), 파장이 길수록 에너지가 작다(예: 라디오 전파). 가시광선의 색상도 빛의 파장 길이에 따라 결정되는데, 파장이 짧을수록 보라색, 길수록 빨간색으로 보인다. 빛의 가장 큰 특징은 ‘직진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림자가 만들어지고, 레이저 빔(단일 파장의 빛)이 포인터에 사용된다. 또, 빛은 진공에서도 퍼질 수 있어 우주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파장이 짧을수록 해상도가 향상되어 더 세밀한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음파(소리 파동)는 공기, 물 같은 매질이 있어야만 전달된다. 진공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매질이 음파의 이동 방향을 따라 앞뒤로 진동하면서 에너지가 전달된다. 예를 들어, 음파가 공기 중에 전달될 때 공기 분자가 파동 방향으로 압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매질이 압축된 부분과 팽창된 부분이 번갈아 나타나며, 이 간격이 한 파장을 이룬다. 고음일수록 파장이 짧고 저음일수록 파장이 길다. 음파는 빛에 비해 속도가 훨씬 느리고, 장애물에 부딪히면 쉽게 반사되거나 흡수된다.
자율주행차는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카메라 센서, 초음파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라이다는 비교적 파장이 짧은 적외선 빛을 발사해 주변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다. 수십만 개의 적외선 레이저 펄스를 360도 방향으로 쏘면 자동차 주변의 3D 입체 지도가 만들어진다. 이 원리는 마치 자동차가 레이저로 ‘스캔’ 하듯, 주변의 형태와 거리를 매우 정밀하게 읽어내는 과정이다. 다만, 적외선은 비, 안개, 먼지 등 환경 변화에 약한 단점이 있다.
레이더는 파장이 비교적 긴 라디오 전파를 사용한다. 라디오 전파는 비, 안개 등 악천후에도 잘 통과하고, 멀리 있는 물체도 잘 감지한다. 레이더는 라디오 전파를 쏘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의 시간과 도플러 효과(반사파의 파장 변화)를 분석해 물체의 거리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한다. 다만, 비교적 파장이 긴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밀도는 라이더 비해 다소 떨어진다. 초음파 센서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파장이 매우 짧은 소리를 내보내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근거리 장애물을 정확하게 감지한다.
카메라 센서는 렌즈를 통해 촬영된 디지털 영상을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차선, 신호등, 도로 표지판, 보행자, 차량 등 다양한 객체를 인식한다. 카메라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세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넓은 시야각을 가진 카메라는 차량 주변을 더 넓게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카메라는 색상, 형태, 글자 등 시각적 정보를 해석하는 데 강점을 지니며, 차선 유지, 신호 인식, 충돌 회피, 보행자 감지 등 자율주행의 다양한 상황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가시광선에 의존하기 때문에 어두운 환경, 역광, 비, 안개 등 기상 조건에 취약하고, 깊이나 거리 측정에는 한계가 있다.
센서만으로는 완벽한 자율주행이 어렵다. 도로의 곡선, 차선, 신호등, 표지판, 심지어 도로의 경사와 폭까진 담긴 정밀지도(HD Map)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밀지도는 라이다, 비전 카메라, GPS, 주행거리 측정기 등 다양한 센서가 장착된 차량이 실제 도로를 주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해 만든다. 수집된 데이터는 AI 기반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차선, 표지판, 신호등 등 객체를 자동으로 추출하고 분류하여 지도화 한다. 정밀지도는 오차범위는 10~20cm 이내의 정확도를 유지한다.
자율주행차는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센서와 GPS, 관성센서 등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융합해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예를 들어, 라이다로 인식한 차선 및 표지판 정보를 정밀지도와 비교해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며, GPS 신호가 약하거나 끊기는 터널 또는 도심 빌딩 숲에서도 정밀지도와 센서 데이터를 비교해 오차를 줄인다.
대표적인 자율주행차 선도 기업인 구글의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조합해 차량 주변 환경을 360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 또한 초정밀 지도를 미리 저장해 지역별 도로 상황, 신호, 표지판까지 밀리미터 단위로 매핑하고, 실시간 센서 데이터와 AI를 결합해 항상 정확한 위치와 경로를 파악한다. 테슬라는 ‘비전(vision) 중심’ 접근법을 쓴다. 즉, 라이더나 고가의 센서 대신 8대의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주행한다. 현대차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센서, 초음파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조합하는 ‘융합형’ 전략을 쓴다. 고정밀 지도와 V2X(차량-사물 통신) 기술을 접목해 도로, 신호, 주변 차량, 보행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최근에는 AI 기반 센서 융합 소프트웨어와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연구 중이다.
자율주행은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있다. 0단계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단계이고, 1단계는 운전자 보조 단계로 차량이 조향 또는 가감속 중 하나만 자동으로 도와주며 운전자는 여전히 주행에 관여한다. 2단계는 자동차가 조향과 가속 및 감속을 도와주지만 운전자가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단계다. 3단계 부터는 특정 조건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지만, 필요하면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4단계는 제한된 구역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이루어지며, 5단계는 모든 환경에서 운전자 없이 스스로 달리는 완전 자동화 단계다. 한국은 현재 3단계 일부 기능을 상용화했으며, 서울 강남, 판교 등에서 자율주행 셔틀과 택시를 시범 운행 중이다. 다만, 아직은 안전요원이 꼭 동승하는 단계이므로 완전 무인 운행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은 일부 도시에서 4단계 로보택시가 지정된 구역에서 운행되고 있으나, 악천후 같은 예외상황에서는 제한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미국은 테슬라, 구글 웨이모 등 민간 주도의 혁신이 활발하고, 중국은 바이두, BYD 등 기업들의 빠른 상용화 전략과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 및 규제 완화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한국은 기술력과 데이터,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규제 혁신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향후 2030년 전후로 4~5단계 자율주행 상용화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도심 로보택시, 자율주행 버스, 물류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며, 교통사고 감소, 교통흐름 효율화, 사회적 약자 이동 편의성 향상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악천후, 예외 상황 대응, 법과 제도 정비, 데이터 보안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스마트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우리의 이동과 도시,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한국이 자율주행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제도, 사회적 수용성 모두에서 과감한 혁신과 협력이 필요한다. 앞으로 10년, 자율주행의 진화가 가져올 변화를 기대해본다.
최형일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전) 숭실대 IT대학 학장
(전) 숭실대 정보과학 대학원 원장
(전)컴퓨터사용자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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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김정수 기자(kjsdm0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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