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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제안] P2P논쟁, '제3의 길' 찾아야


 

음반 시장이 볼멘 소리로 가득하다. "P2P 때문에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다.

실제로 시장 상황을 보면 이런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한국 음반업계는 1990년대에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신승훈, 서태지와아이들, 조성모, 김건모 등 밀리언 셀러급 뮤지션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지난 2000년 한국 음반 시장은 4천억원 규모를 돌파하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그 때를 기점으로 국내 음반 시장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판매량 100만 장은 넘어야 초대형 히트음반이란 소리를 듣던 것은 이젠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전설일 뿐이다. 10만장만 팔아도 성공작이란 푸념 섞인 넋두리가 나오고 있다.

음반업체들은 음반 판매량이 뚝 떨어진 것은 'P2P 불법 파일 교환' 때문이라며 강력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위 '우상호 법안'이 등장하면서 P2P 공방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P2P 진영은 '인터넷의 특성을 무시한 법안'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음반업계와 P2P 진영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제3의 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제로섬 게임'은 결국 자신을 겨누는 '창'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 2000년 이후 음반 시장엔 무슨 일이?

음반업체들이 사상 최대 호황의 기쁨에 젖어 있을 무렵, 세상은 '소리 없는 혁명'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2000년 들어 초고속 인터넷이 한국 전역을 휩쓸어 버린 것. 초고속 인터넷은 순식간에 매체 환경을 뒤바꾸면서 사용자들에게 '멀티미디어의 맛'을 선사했다.

초고속 인터넷 강풍은 음반 시장에도 강하게 휘몰아쳤다. 2000년 5월 '한국판 냅스터'로 불리던 소리바다가 공개된 것. 이를 계기로 'P2P'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음반 시장을 뒤흔든 것은 P2P 뿐만이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벅스도 문을 열었다.

소리바다가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의 음악 감상 행태는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외국 음악 뿐 아니라 갓 나온 국내 음악 파일도 공짜로 구할 수 있었다. 음반을 구입하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때부터 음반 위주의 음악 시장에 불만을 갖고 있던 네티즌들은 대거 소리바다와 벅스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이 곳에서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즐겼다. 한두곡 들으려고 10곡이 담긴 음반을 구입하는 소비 습관을 망설임 없이 벗어던졌다. 이는 음악 유통 시장에 일대 혁명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저작권 침해 행위가 뒤따랐다. 수 많은 음악들을 공짜로 구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돈 주고 음반을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음반 업계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여기 저기서 죽겠다는 아우성이 들려왔다. "P2P가 잘나가던 한국 음반 산업을 죽였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음반 시장의 외형 변화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이 볼멘 소리만은 아닌듯 하다. 국내 음반 시장 규모는 2000년 4천104억원으로 최고조에 달한 이후, 매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01년 3천733억원, 2002년에는 2천800억원대로 떨어졌다. 2003년에는 2천억원대 벽도 무너졌고, 2004년에는 1천300억원대까지 추락했다. 한 때 4천억원 규모를 넘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4, 5년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1990년대만 해도 손쉽게 찿아볼 수 있던 소위 '밀리언셀러 음반'도 사라졌다. 2002년 50만장을 넘은 앨범은 5장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04년에는 50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은 찾아볼 수 없었다. 40만장 한장, 30만장 이상 5장, 20만장 9장이 그 해 히트 앨범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100만장이 어색하지 않던 시절과 비교하면 극과극이다.

음반 업계는 P2P 서비스인 소리바다와 음악 스트리밍업체 벅스를 음반시장 몰락의 양대 주적으로 꼽고 있다. 신흥 유통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음반 산업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 음반업계의 'P2P 대공세'

음반업계가 처음 'P2P 죽이기'에 나선 것은 2001년 1월이었다. 당시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소리바다 운영자인 양일환, 양정환 형제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면서 저작권 공방의 포문을 열었다.

검찰도 곧바로 양씨 형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음악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서버를 이용해 저작권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은 MP3파일 교환을 매개한 혐의였다.

결국 소리바다는 2002년 7월 서비스 금지 가처분 결정이란 철퇴를 맞았다. 소리바다 검색에 사용되는 서버 3대 사용도 중지됐다. 음반 업계가 소리바다와의 전쟁에서 반격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소리바다도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한 달 뒤인 2002년 8월 '소리바다2'을 내놓으면서 결사항전 의지를 거듭 천명한 것. '소리바다2'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전쟁은 장기전 태세로 돌입했다.

양측은 이 때부터 수 년 동안 민형사를 넘나드는 소송 전쟁을 벌였다. 현재 양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소리바다는 법원으로부터 서비스 금지 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P2P업체 뿐 아니라 상당수 네티즌들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P2P 규제 움직임이 지나치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음반업계는 'P2P 옹호= 저작권 부정'이란 논리로 맞섰다. 5년에 걸쳐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저작권 논쟁은 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기보다는 극과 극의 대립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 들어선 P2P 뿐 아니라 웹하드와 블로그까지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법과 제도도 점점 음반 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소위 '우상호 법안'이 대표적이다. 우상호 법안은 저작권법 고발시 일부 비친고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에서 P2P는 사실상 '무장해제'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우상호 법안은 P2P 규제 차원을 넘어, 사용자들의 권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권 침해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P2P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디지털 저작권 규제 노력이 이제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인터넷 전반에 대한 규제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 음반시장 몰락, 과연 P2P 때문일까?

과연 음반업계의 주장대로 P2P 때문에 음반 산업이 절대 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물론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반 시장 불황을 P2P 탓으로 돌리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지난 달 '음악 시장의 기본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음악 애호가들은 이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악을 골라 구입하는 쪽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반 위주의 마케팅 전략은 변화한 소비 패턴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은 음악 활동의 중심이 오디오에서 MP3 플레이어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을 맞춤형으로 채워 넣는 소위 커스텀 플레이리스트(Custom playlists) 기능에 매료된 음악 소비자들은 더 이상 좋아하는 노래 한 두곡을 위해 음반을 통째로 구매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었다.

음반 시장 침체는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일어났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음반 시장 침체가 P2P 하나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비슷한 견해를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2005년 상반기 OECD가 선보인 온라인 음악 보고서에서 음반 시장 불황은 디지털 음악 복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료 온라인 음악 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의 불법 복제, 소비자들의 구매 회피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DVD처럼 부가가치가 큰 대체 상품이 늘어난 것도 음반 시장 불황에 영향을 미쳤다.

짚고 넘어갈 것은 또 있다.

음반 시장 불황을 곧바로 한국 음악 산업 자체의 붕괴로 연결하는 것이 타당한 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IT인프라 확산을 등에 업고 디지털 유료 음악 시장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음반 판매수치만으론 한국 음악 산업의 현주소를 제대로 짚어내기 어렵다. 디지털 유료 음악 시장도 함께 바라봐야 보다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해 진다.

◆ "지금 음악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2005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2004년 한국 음악산업 시장은 전년에 비해 9% 가량 줄어든 3천352억 원 규모였다. 백서는 지난 2천 년 이후 오프라인 음반시장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는 통계를 담고 있다.

이 같은 음악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디지털 음원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구가했다. 전년에 비해 9% 가량 늘어나면서 2004년 시장 규모가 2천 14억 원으로 늘어난 것.

음반업계가 '대한민국 음악산업이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던 시기에 디지털 음원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다는 얘기다. 결국 2003년부터는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넘어서면서 음악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총 시장규모의 축소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답은 '속도'와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음원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빠르게 줄어드는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로 2003년과 2004년 사이 오프라인 음반 시장 규모는 27% 감소했지만, 이 시기 디지털 음원 시장 성장률은 9%에 불과했다.

디지털 음원 시장 성장 속도가 오프라인 시장 감소 부분을 상쇄하지 못한 것은 무료 음악사이트의 유료화 여부 등 큼직한 변수들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수 년 동안 유료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1천 7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던 벅스가 유료로 전환한 데 이어 11월에는 소리바다의 P2P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유료 온라인 음악 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006년부터 디지털 음원 시장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 문화부 당국의 P2P유료화 작업이나 음악산업육성전략 등 강력한 정책적 지원 역시 온라인 시장 성장의 강력한 모멘텀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미 한국은 디지털 음악 시장 성장률에서 세계 최고란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에는 디지털과 음반 판매량을 합치면 2000년 음반 시장 규모를 뛰어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불법적인 콘텐츠 유통 관행이 해결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음반 업계 뿐 아니라 P2P 진영 역시 생존을 위해선 '불법 유통'을 근절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음원을 어떻게 봐야 할까?

디지털 음악 시장을 얘기할 때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벨소리, 컬러링 등 이통사 부가서비스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느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2004년 현재 디지털 음원 시장의 91% 이상을 차지하는 '황금 어장'이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2004년 현재 2천14억 원인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벨소리, 컬러링 등 이통사 음원 서비스는 1천840억 원에 이른다. 현재 디지털 음원 시장의 91.36%를 음원의 2차 가공품이라 할 수 있는 이통사 부가서비스가 점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오프라인 음반산업을 직접 대체한 온라인 음원 다운로드, 스트리밍 서비스 규모는 같은 기간 전체 디지털 음원 시장의 8.64%에 해당하는 174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따라서 벨소리, 컬러링을 음반의 새로운 소비형태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한국 음악 산업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새로운 소비 형태로 볼 경우엔 음악산업이 완전히 초토화됐다기 보다는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음반업계가 이통사에 벨소리, 컬러링 음원 사용료율을 인상하라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현재의 디지털 음원 시장이 이통사 부가서비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데 이유를 두고 있는 셈이다.

◆ 소송이 능사인가?

P2P 소송은 한국보다는 미국 쪽이 훨씬 더 격렬하다. 미국에선 6년 전부터 P2P 파일 공유를 상대로 한 무차별 소송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년 전부터는 개인적으로 P2P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칼날을 내밀었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면 음반업계 쪽의 소송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냅스터는 폐쇄됐고, e동키와 비트토런트도 사실상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소송에 힘입어 불법 복제가 줄고 음반 시장은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그렇지만은 않은 듯 하다. P2P를 통한 음악과 영화 파일 다운로드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일 교환 네트워크 조사 전문 업체인 빅샴페인의 에릭 갈랜드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냅스터가 활동하던 때보다 파일 교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라면서 "이 같은 추세가 변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일교환 서비스업체가 문을 닫더라도 소프트웨어와 파일 교환 네트워크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픈소스 커뮤니티들이 새로운 P2P 소프트웨어를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한 두 업체의 목을 죄는 것만으로 P2P를 추방하는 것은 힘들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이 작성한 2004년 파일 공유 현황에 대한 보고서도 비슷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가 지난 2년간 1만5천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같은 기간 P2P 네트워크 트래픽은 두 배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 해보다 P2P 트래픽이 20%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소송을 통한 P2P 죽이기의 '약발'이 잘 먹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2P 트래픽이 줄어들 기미가 없는 가운데서도 애플 '아이튠스'와 같은 유료 온라인 음악 서비스는 폭발적인 성장을 과시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사용자 편의성, 그리고 P2P가 주지 못하는 부가가치를 제공한다면 유료 음악 전략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것을 애플이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 더 나은 담론을 위하여

최근 들어 조금씩 토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긴 하지만 그 동안 P2P를 비롯한 디지털 저작권 담론은 '제로섬 게임'식으로 진행됐다. 음반업계에서는 '불법 서비스는 추방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반면, P2P 진영은 '디지털의 특수성은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공격만 퍼붓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양측이 싸움을 계속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무차별적인 불법 복제 관행은 갈수록 기승을 부렸다.

앞으로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음악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P2P 저작권 담론 패러다임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필요가 있다.

지금 음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P2P 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따라서 음반 업체들도 디지털 키워드로 중무장하고 P2P로 대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과의 공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P2P 진영 역시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냅스터의 처참한 잔해를 딛고 일어선 P2P 업체들이 합법적인 서비스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이 같은 변신에 가장 근접한 P2P 서비스 업체로는 아이메시(iMesh)를 꼽을 수 있다. 한 때 음반업계의 소송 공세에 시달렸던 아이메시는 이제 음반업계의 승인을 받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양보와 타협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수 백만 달러의 법정 소송과 상호 비방으로 얼룩졌던 미국 P2P 시장은 이제 양측이 조금씩 공존을 모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로섬 게임' 식의 담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공존 해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유료화 논의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권리자와 P2P사업자 양측에서 구체적인 유료화 방안이 제시된 이후, P2P유료화 작업이 전면 중단된 채 2주 이상 '제 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액제(P2P진영)와 종량제(엔터테인먼트 진영)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더 이상의 진전이 힘든 상황이다. 참고로 유료 P2P 서비스를 내놓은 아이메쉬의 경우 저작권 보호를 받는 음악 파일을 내려받으려면 곡당 99센트 또는 월 6.95달러를 내야 한다. 정액제와 종량제 혼용 방식인 셈이다.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 기술 발전을 무조건 압살하려는 것은 효율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막는 데만 급급하다 보면 사용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오버액션으로 이어져 도리어 음악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버액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상호 법안, 소니BMG의 복사방지 CD를 꼽을 수 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소니BMG가 야심적으로 선보인 복사방지 CD는 지금 해킹 프로그램으로 변질돼 버렸다.

지금 음악 산업은 인터넷 혁명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혁명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로 음악 파일을 직접 내려받는 모바일 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통업체들은 이를 위해 거액을 쏟아부었고, 이제 본전 찾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유선과 무선을 통합한 서비스로 중무장하고, 디지털 음악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각오다.

모바일은 인터넷과 달리 불법 음악 파일 공유가 쉽지 않은 특징이 있다. 모바일이 디지털 유료 음악 시장에서 기회의 땅으로 불리우는 이유다. 경우에 따라선 지금과는 다른 성격의 유료 음악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음반 업계와 P2P 진영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양측이 여전히 대립각만 세울까? 아니면 극적인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까?

2006년 새해를 맞아 음반 시장에서 2인3각의 멋진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박연미 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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