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우리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쪽은 갈등과 분열 속에 스스로를 무너뜨렸고, 다른 한쪽은 일사불란하게 결집했다.
놀라운 건, 양 진영 모두 비슷한 과거를 겪었는데도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는 점이다. 진보는 탄핵과 정권 교체의 경험을 통해 배웠고, 보수는 그 자리에 머물렀다.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보수는 오만했다. “내가 옳다”는 착각, “내 말을 들어라”는 독선, “나이도 어린 게”라는 권위주의, “내가 누군데”라는 엘리트 의식.
이런 태도는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가능하게 만든 수많은 헌신과 희생을 잊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보수에는 ‘통합의 리더십’이 없다. 현역이든 원로든, 자신을 낮추고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전체를 품을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신뢰와 존경을 이끌 리더가 없으니 각자도생과 끝없는 세력 다툼만 반복된다. 정치가 철학이 아닌 이해관계만 따를 때, 위기 순간에 공동체는 쉽게 무너진다. 비전이 없으니 원칙은 상황마다 흔들리고, 공천과 세력은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갈린다.
결국 남는 건 분열과 불신, 그리고 패배뿐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41.15%라는 득표율을 보고 “졌지만 잘 싸웠다”고 위안하거나 이준석 후보의 8.34%를 더해 보수 전체가 49.49%를 얻었다며 진보의 49.42%를 앞섰다는 계산까지 나왔다.
1년 전 총선에서도 “108석을 얻었으니 망한 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그때도 본질을 돌아보지 않았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장면은 실망스럽다.
경선이 끝나자 당을 향해 침을 뱉고, 선대위 합류에 조건을 붙인다. 대선에서 지자 당을 비난하고 “네가 문제다”, “다른 후보였으면 이겼다”며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을 떠넘긴다.
이것이 지금 보수의 현실이다. 오만, 분열, 책임 회피가 중심에 있다. 41.15%는 희망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이 던진 마지막 경고다.
보수는 지금, 단순히 선거에서 진 게 아니라 정당성과 리더십, 그리고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시민들이 근본부터 다시 생각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경고 앞에서 필요한 건 변명도, 숫자놀음도 남 탓도 아니다. 깊이 반성하고, 근본부터 바꾸는 것만이 답이다. 이제는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보수가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철학을 되찾고, 사람을 존중하며, 공동체를 위한 진짜 리더를 세워야 한다.
그 시작은 단순하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정치가 ‘나’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의 내일을 위한 일이라는 자각.
변화하지 않으면 희망은 없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모르면, 다시 일어나도 같은 곳에서 또 무너진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성찰하고 변화를 시작한다면, 이 경고는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 본 기고는 아이뉴스24의 편집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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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수(孫正守 / Son jung soo)
前 부산광역시교육청 정책소통 수석비서관.
前 부산광역시 교육감직 인수위원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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