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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KB·신한·하나와 너무나 다른 길④


오너십에 기반한 경영 철학·M&A로 대형화
3년 이상 투뱅크 운영 후 안정적 조직 통합
[우리에 갇힌 WooRi]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는 그렇게 꼬였다.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와 일본은 비슷한 형식을 짰지만, 내용은 다른 길을 걸었다. 공자위는 우리은행과 계열사를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흔히 말하는 패키지 딜이다. 일본은 대형화해 경쟁력을 키우는 셈법이었다.

패키지 딜의 가장 큰 실리는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2013년 6월~2015년 2월)이 챙겼다. 우리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오자 임 회장이 사들였다. 누구보다 패키지 딜 취지를 잘 알고 있는 임 회장이다. 당시 KB금융도 입찰에 참여했다. 농협보다 입찰 가격이 높았는데도 KB가 졌다는 설도 있다. 확인할 수는 없다.

이후 인수 희망자가 사실상 교보생명밖에 없었던 은행 매각은 2015년 7월의 방침으로 끝나 버렸다. 과점주주 안이 튀어나오면서 완전히 길이 달라졌다.

혼란에 빠진 우리은행도 선택지가 없었다. 혼자 살아야 하는 형국을 맞았다.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합병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를 얘기할 때마다 출신 은행 간의 경쟁과 야합으로 빚어진 모레 덩어리라는 말만 들렸다. 절대로 뭉쳐지지 않고, 어디로 흐를지 아무도 모르는 조직. 그게 우리은행으로 굳어졌다.

한빛은행 시절을 포함해 초기 3대 행장까지는 외부인들이 맡았다. 이덕훈, 황영기, 박해춘 행장으로 이어졌다. 8년간이다. 매각을 위한 관리인 성격이 강했다.

황영기 행장 취임 직후 운 좋게 단독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다. 황 행장에게 물었다. 가장 시급하고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그의 답은 간명했다. "은행 시스템은 예상보다 좋아요. 인사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요…. 이것만 제대로 정비하면 제 역할은 다하는 것 같습니다." 초기인 데도 황 행장은 우리은행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후엔 한일(이종휘)-상업(이승우)-한일(손태승)-상업(권광석)으로 이어졌다. 대등한 거대 조직의 합병은 더 어렵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대등 합병 후에도 국내 은행들의 합병은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살기 위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일본의 금융산업 대형화 추세를 보고 있던 시기다.

이들도 합병 협상 과정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치열한 샅바싸움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분명히 다르다. 주택-국민은행, 신한-조흥은행, 하나-보람은행-서울은행-충청은행-외환은행 합병은 모두 성공 사례로 꼽는다. 무엇이 달랐을까. 답은 결국 여기에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국민은행과 합병한 주택은행의 고 김정태(1947년~2014년) 행장. 그는 합병 후 강한 카리스마로 조직을 장악했다. 김 행장은 '대등 합병에선 양측에서 최소한 10년 동안은 임원을 뽑으면 안 된다'고 선언했다. 대신 외부 인력을 충원해 빠르게 체질을 바꿔 나갔다.

당시 김 행장은 전국 지점에서 직원 모두가 듣는 월례 조회 방송에서 '정치권의 유명한 어떤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인사 청탁 전화였다'고 공개했다. 방송에서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다. 대신, 전국 지점 생방송에서 바로 인사부에 징계위원회를 소집하도록 지시했다.

그 시절 당연직 사외이사 배정을 받던 국민연금이 1년 회전문식으로 사외이사를 교체하자, '이사회가 전문성을 가지고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렇게 1년마다 이사를 바꾸면 어떻게 하느냐'고 기자들을 불러다 놓고 하소연했다. 이후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추천을 포기했다.

KB국민은행에선 김정태 행장과 투톱 파트너 윤종규 CFO의 낙마로 위기도 있었다. 강정원-민병덕-이건호 행장으로 이어진 10년엔 어윤대-임영록 회장도 있었다. 이 기간 회장과 행장의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이 있었다. 구사일생으로 윤종규 행장이 10년 만에 복귀하면서 김 행장의 경영철학과 KB의 문화(DNA)를 살려냈다.

신한은행에도 강한 카리스마의 라응찬 행장이 있었다. 거대한 조흥은행 직원을 위해 3년 이상 무리하지 않았다. 양 조직원들의 문화 공유에 더 신경을 쓰면서 차근차근 간격을 좁혔다. 대신 인사 시스템 정비는 서둘렀다. 그렇게 긴 호흡으로 원뱅크를 만들었다. 크기를 비교할 수 없는 LG카드를 인수한 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그룹 문화에 공을 들였다.

일본의 은행 대형화 작업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라 행장이었기에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많다. 신한은행은 금융지주 전환 과정에서도 유럽 자본을 유치하면서 부족했던 증권 부문도 보완했다. 굿모닝증권을 인수했을 땐 아예 존속법인을 굿모닝증권으로 했다.

하나은행은 4개 은행을 합병했다. 옛 하나은행의 기득권을 모두 포기했다. 당시 옛 하나은행 출신들의 반발이 컸으나, 김승유 행장은 굽히지 않았다. 서울은행 출신인 김정태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받은 배경이기도 하다.

모두 강한 카리스마와 장기 집권으로 경영 철학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은행들이 대형화를 위한 인수합병 과정에서 좋은 본보기를 보였다.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시절엔 나름의 컬러가 있었으나, 합병 우리은행엔 두 은행이 섞인 새로운 문화와 DNA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합병 은행을 파는 건지, 키우는 건지, 정부와 공자위의 누구도 선명하게 말하지 않았다. 2015년 박용성 공자위원장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왜, 처음으로 그 어려운 방식'을 선택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렇게 우리은행 정상화의 마지막 기회를 걷어차 버린 꼴이 됐다.

[썰] '우리에 갇힌 WooRi' 싣는 순서

①일본 따라 걷기 대한민국의 금융 대형화

②우리은행 민영화는 성공한 것일까?

③금융위원장 후 6년 만의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④KB·신한·하나와 너무나 다른 길

⑤오너십만으론 이미 글러 버린 우리은행(끝)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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