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2015년,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중국 자본도 우리은행을 사겠다고 달려들었다. 교보생명은 보험전문금융그룹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오너 기업이어서 은행 인수가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교보문고로 인해 금융-산업 분리 규제를 받아서다.
교보생명으로선 안타까운 고배다. 교보생명은 이미 IMF 시절에도 옛 조흥은행과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했었다. 전라남도 영암 출신인 신용호(1917년~2003년) 교보생명 창업주와 전남 장흥 출신인 위성복(1939년~2024년) 조흥은행장이 비밀리에 만났다.
조흥은행이 부실로 퇴출 위기에 몰리자, 위 행장이 신 창업주에게 공동 지주회사 설립 모델을 제안했다. 교보생명도 1980년대 중후반부터 빠르게 치고 올라온 삼성생명에 1위 자리를 내준 처지였다. 안타깝게도 이 계획은 신 창업주가 전이된 암으로 별세하면서 무산됐다. 조흥은행은 결국 신한은행에 팔렸다.
창업주가 와병 중인 상황에서 경영에 뛰어든 아들 신창재 당시 대표도 이 협의 과정을 고스란히 봤을 터. 다시 온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마침, 내부적으로 골칫거리였던 친인척 계열분리도 2012년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 회장도 오롯이 독립하기 위해 은행이 필요했다. 하지만, 운명은 교보생명을 또 외면했다.
신 회장의 의지가 경쟁 삼성생명을 자극했을까? 당시 삼성생명의 반응이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교보생명이 은행을 살 수 있다면 삼성(생명)이 은행을 사지 못하는 이유를 (정부는) 설명해야 할 겁니다.' 당국의 의중에 반하는 말을 좀처럼 꺼내지 않는 삼성생명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교보생명의 대형 은행 인수는 금산 분리 규제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 교보문고를 처분하면 된다. 교보문고는 신용호 창업주의 창업정신과 연결된 회사이긴 하나, 팔지 못할 이유는 없다.
보험업만 놓고 보면 교보생명은 삼성생명의 경쟁 상대가 안 된다.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그러나 국내 대형 은행을 가져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삼성금융 부문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로, 정치권으로부터 동네북처럼 얻어터지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2015년 7월의 매각 추진은 정부와 공자위가 제안한 방식으로 흘러갔다. 대형 우리은행에서 과점주주 공동 경영이라니. 애초 금융업계에서 예상한대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돼 버렸다. 시간이 좀 흐른 뒤 과점주주로 참여했던 미래에셋, 한화생명, 동양생명, IMM PE 등은 아예 빠져나왔다.
교보생명은 지금도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이 최대 과제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SBI저축은행을 샀다. 손해보험사 인수도 추진한다. 증권사를 제외하면 변변한 게 없는 교보금융그룹이다. 어느 때보다 대형 은행의 편입이 절실하다.
당시 2013년 10월부터 우리은행 매각에 깊게 관여한 박상용 민간 공자위원장은 이후 2016년 말부터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로 합류한 키움증권이 박 위원장을 추천했다.
박 이사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2023년 2월까지 7년간 사외이사를 했다. 정부 측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었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23년 2월 6일 우리금융 회장으로 추천받았다. 그렇게 박 이사와 바통터치를 했다. 임 회장 취임 후 금융지주와 은행에서 떠돌던 '연대 대풍 설'과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있다.
![[사진=홈페이지]](https://image.inews24.com/v1/01189fba74285d.jpg)
[썰] '우리에 갇힌 WooRi' 싣는 순서
①일본 따라 걷기 대한민국의 금융 대형화
②우리은행 민영화는 성공한 것일까?
③금융위원장 후 6년 만의 우리금융 회장, 임종룡
④KB·신한·하나와 너무나 다른 길
⑤오너십만으론 이미 글러 버린 우리은행(끝)
/김병수 기자(b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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