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장장 갈 곳 없는 평택, 해묵은 님비 논쟁 이제는 끝낼 때

[아이뉴스24 임정규 기자] “왜 하필 우리 동네인가.” 평택 종합장사시설 건립 발표 후 예상했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진위면 은산1리 주민들의 불안감은 익히 짐작 가능하다. 혐오시설이라는 낙인, 땅값 하락 우려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걱정이다.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냉정히 짚어볼 대목이 있다. ‘우리 동네 안 된다’는 님비(NIMBY) 뒤편에, 고령화 시대 ‘존엄한 이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 숨어있다는 점이다. 사망자 증가 속도를 장례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3일장이 4일, 5일로 늘어나는 웃지 못할 현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화장률 90%를 넘는 경기도 평택시 역시 자체 화장시설이 없어 타 도시 시설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평택시의 종합장사시설 건립은 단순한 숙원사업을 넘어선다.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하는 필수 불가결한 복지 인프라 확충이다. 최종 부지로 선정된 은산1리는 도심 외곽 구릉지로, 시야 차폐와 충분한 이격 거리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시는 농경지에만 시설을 조성하고, 주변 산림은 보존해 주민 편의를 위한 공원, 레포츠 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일부에서 ‘공동묘지’, ‘폐기물 소각장’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현대적인 화장장, 봉안당, 장례식장, 그리고 최소한의 부대시설뿐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제 장사시설은 혐오시설이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첨단 기술과 친환경 설비를 갖춘 현대적 장사시설은 조용하고 깨끗한 공간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공원, 문화시설과 연계된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이 삶의 위로와 치유를 주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평택시의 역할은 명확하다.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절차를 통해 주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일방적인 설명회가 아닌,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실질적인 보상책과 지역 상생 방안 마련은 필수다. 더 나아가, 죽음을 터부시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장사시설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우리 동네’라는 좁은 시야를 넘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함께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하다. 평택의 이번 결정이 님비주의를 넘어, 더 나은 이별 문화와 공동체 상생의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는 곧 미래 세대를 위한 배려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