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채오 기자] 부산시 연제구 연산교차로에 인접해 있는 두 건물에 외벽을 활용한 전광판이 설치되면서 업자 간 분쟁이 예상된다.
광고대행업체인 A사는 연제구는 M.PARK 건물 외벽에 가로 9.12m, 세로 15.36m 규모의 옥외용 LED(발광다이오드) 전광판을 설치해 지난 2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제구청이 최근 10여m 이내의 동광빌딩에 옥외전광판 설치를 허가하면서 A사는 영업권 침해 등으로 법적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구청 입장에서 인·허가 사업과 관련해 신청서가 접수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하다지만, 수억원을 들여 전광판 사업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인근 건물에 동종 사업을 허가해 준 것은 구청이 업자 간 분쟁을 조장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업자 간 분쟁이 충분히 예견됨에도 구청은 A사로부터 어떠한 의견수렴 없이 관련 절차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사전에 의견조율도 없어"…구청이 업자 간 분쟁 조장
대부분의 상권에서는 유사한 업종이 이웃해 개업하면 원래 업소를 운영해 오던 사람 입장에서는 매출이 감소하는 등 영업권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우리 형법에서는 단순히 동종 업종을 개업한다고 해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업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및 위계, 위력에 의한 방해 등이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영업방해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웃해 있는 기존 상권의 영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에서 계약이나 규약 등을 통해 동종업종의 개업을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영업권 분쟁으로 인한 법적 소송이 늘어나면서 '영업권 침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제구청 역시 동광빌딩 옥외전광판 설치 허가 과정에서 '영업권'을 둘러싼 논쟁이 일어날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A사와 어떠한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사 관계자는 "영업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수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전광판 설치 허가 전 심의과정에서 우리 측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당했다"며 "구청에서는 법령에 정해진 절차를 지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만 한다. 업자 간 분쟁을 조장시킨 꼴이다"고 말했다.

◇누구는 18개월, 누구는 1개월…연제구청 행정 재량권 쟁점될 듯
전광판은 장소에 따라 자칫 빛 공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는 장소가 현실적으로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규제 요건이 '아름다운 경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환경' 등 주관적 견해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상당해 법령이 규율하는 객관적 요건들을 모두 갖추더라도 옥외광고물에 대해 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실제 A사 역시 심의과정에서 각종 '예상되는 민원'을 사전에 해결하고 오라는 요구에 전광판 설치 허가까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소요했다.
하지만 동광빌딩의 경우 한 달여 만에 심의부터 설치 허가까지 '행정적 절차'가 완료됐다.
A사 관계자는 "전광판의 경우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지기 때문에 한 건물에 여러 개의 광고물이 송출되면 빛(영상)이 중첩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관련 법령에서는 이격거리 제한이나 한 건물에 하나의 전광판만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경우에는 건물이 인접해 있어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건물에 두 개의 전광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빛 공해로 인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두고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논의가 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두 전광판의 설치에 대한 연제구청의 행정권이 형평성 있게 집행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박채오 기자(che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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