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해온 '국민변호인단'을 중심으로 전날(17일) '윤어게인 신당'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벗어나 독자 세력을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경선 주자들 사이에선 계파를 불문하고 당혹감과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미 망가진 당을 얼마나 더 망치려 하느냐'는 성토도 나왔다. '탈당' 요구도 공개적으로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d0e79b3626577.jpg)
한동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18일 오전 통화에서 "'청년들의 순수한 정치운동에는 아버지처럼 함께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부적절한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윤어게인 신당에 대해 "지금은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할 때"라며 만류했다고 창당을 추진한 배의철 변호사 등이 전했다. 다만 배 변호사는 "대통령님 의중은 '청년들의 자발적인 '윤어게인' 운동이 정치참여로 나타나야 하며, 청년들의 순수한 정치운동에는 아버지처럼 함께 하겠다'는 말씀이었다"고 밝히며 윤 전 대통령의 향후 현실 정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아직 탈당을 '언급'은 하지 않았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이미 떠나지 않았나. 계엄과 탄핵으로 우리 당을 이렇게 까지 만들어 놨으면 이젠 더 망치지 말아야 한다"고 윤 전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권력이 떨어지니 굉장히 심심한 것 같다"며 "찐윤(찐윤석열)계라는 분들 중에서도 거기 가담하겠다는 사람 아무도 없다. 법정에서 내란죄 방어를 열심히 하셔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안철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을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전 대통령은 본인이 당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며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의 탈당은 국민과 당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대로면 대선은 필패"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https://image.inews24.com/v1/e45a21f6e87fbf.jpg)
탄핵 찬성 주자들 사이에서도 그간 '윤 전 대통령 탈당'을 입 밖에 내는 것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당이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이 선택할 문제라는 것이다. 한 후보는 전날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지금 와서 (윤 전 대통령이) 평당원인데 출당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안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당이 민심과 좀 더 멀어진 것이 현실이다. 여당은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지만 탈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날 '윤어게인 창당 움직임'을 기점으로 후보들 사이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계속 '레드라인'을 넘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움직임이 '보수정당의 공천장'을 받아야 할 후보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을 붙잡는 사람이 원내에서 일부 밖에 남지 않은 것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기 끼어서 본인이 다 망쳐놓고, 이제는 이재명의 세상을 열어줄 작정인 것 같다"고 성토했다.
남아있는 고정 지지층을 고려해 갑작스레 윤 전 대통령과 등을 돌리기가 어려운 반탄주자들은 파장 축소에 나선 모습이다.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별안간 발생했고 별안간 끝난 일"이라며 "끝난 사안이니 따로 입장이 없다"고 했다.
나경원 후보 측 관계자도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전날 본인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지 않았나"라며 "(신당이) 윤 전 대통령과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다만 두 후보 측 모두 더 이상 '당이 윤 전 대통령을 품고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도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은 해프닝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계속 논의될 수 있는 의견이지만 현실로 진행되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재옥 당 대선준비위원장도 "국민들 눈높이와 시각에 맞지 않으니 보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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