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의 저가커피 브랜드 빽다방이 올해 상반기 중 원두 품질을 강화할 계획이다.
블렌딩하는 '파젠다 엄'의 스페셜티 원두 비율을 기존 10%에서 20% 수준으로 높인다. 파젠다 엄은 브라질 스페셜티 커피 농장으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엄보람 바리스타와 그 가족들이 운영한다. 일반 원두 대비 비싼 스페셜티 원두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빽다방의 가격 전략이 변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3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엄보람 바리스타. [사진=엄보람 바리스타 인스타그램]](https://image.inews24.com/v1/d91bab4d3554c4.jpg)
6일 커피 업계에 따르면 빽다방은 최근 원두 품질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블렌딩하는 스페셜티 원두 비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빽다방은 브라질 벨로조 농장에서 수확한 원두와 파젠다 엄에서 생산하는 스페셜티 원두를 9대1 비율로 블렌딩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8대2로 바꿀 예정이다. 스페셜티 원두는 국제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로부터 100점 만점 기준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원두를 뜻한다. 전체 원두의 약 7%만이 스페셜티 원두로 분류된다. 스페셜티 원두끼리도 품질, 등급이 다르지만 통상 일반 원두 대비 몇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다.
브라질에 위치한 파젠다 엄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엄보람 바리스타와 그 가족들이 운영하는 농장이다. 한국계 브라질 교포인 엄 바리스타는 2023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직접 생산한 원두로 커피를 만들어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WBC는 커피 업계에서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은 대회다. 커피 생산자가 WBC에 출전해 우승한 사례는 이전에도 두 번 있었지만, 직접 생산한 원두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엄 바리스타가 처음이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중 하나지만 저가 이미지가 강한 브라질에도 고품질 원두가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했다.
빽다방은 이전부터 파젠다 엄 스페셜티 원두를 사용했지만 그간 대외적으로 알리진 않았다. 빽다방 홈페이지에도 스페셜티 원두 생산자는 빠져있다. 다만 이번 원두 품질 강화를 계기로 관련 내용을 이용한 대대적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계에서는 엄 바리스타와의 협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커피 업계 종사자 중 엄 바리스타의 인지도는 국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각종 커피 관련 콘텐츠는 물론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정도다. 지난해부터 카누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등 국내 기업과의 접점도 늘리는 추세다. 최근 빽다방 일부 점주를 대상으로 한 새 원두 시연회에 엄 바리스타가 직접 참석하며 이러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빽다방 관계자는 "상반기 내에 원두 품질을 강화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준비 단계라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3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엄보람 바리스타. [사진=엄보람 바리스타 인스타그램]](https://image.inews24.com/v1/3e9d6e3e6e2b92.jpg)
이번 원두 교체는 빽다방의 승부수다. 치솟는 국제 원두 가격에 저가커피 브랜드들이 상징격인 2000원 이하 아메리카노를 유지하기 버거워하는 상황에서, 되레 원가를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아직 인상 계획은 없다"는 것이 빽다방 입장이지만, 단가 자체가 비싼 스페셜티 원두 함량을 높이는 만큼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두 품질 향상을 기점으로 정체성 변화에 주력할 수도 있다. 이른바 '메컴빽(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으로 불리는 국내 대표 저가커피 이미지 대신, 가격을 소폭 높여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커피 브랜드로 포지셔닝 변화를 꾀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원두 가격도 과거보다 3배 이상 비싸진 상황에서 스페셜티 원두 함량을 늘리면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스페셜티 원두 비중을 진짜 높인다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가격을 높이는 대신 저가커피와 중저가커피 사이 품질 좋은 커피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