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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탈북어민 강제 북송' 유죄"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징역형 선고 유예'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 공권력…위험한 발상"
"탈북 어민들 저지른 범죄 흉악성 참작해야"
"분단 오래 지속…법적 모순·공백 피하기 어려워"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문재인 정부시절 탈북 어민을 강제로 북에 송환한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기소 약 2년 만이다. 재판부는 다만, 이들에 대한 선고를 유예했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유예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 유예했다. 2025.2.19 [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당시 벌어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유예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각각 징역 6개월을 선고 유예했다. 2025.2.19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19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실장 등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씩의 형 선고를 유예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도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정 전 실장 등이 중앙합동정보조사팀과 경찰, 통일부 직원들을 시켜 탈북 어민들에 대한 허위 공문서를 작성케 하고(허위공문서작성죄),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조기 종결케 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에 따라 북한 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고 북한 주민 역시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면서 "이 사건 북한 주민들은 북한 지역에서 출생한 북한 주민의 자녀로 태어났거나 적어도 북한 지역에서 기아(棄兒)로 발견된 사람이기 때문에 국적법 2조 해석상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취득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북송 결정과 집행이라는 직무행위 목적이 '흉악범죄를 저지른 북한 주민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격리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을 보조할 수 있는 유효적절한 수단을 확보하는데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직권행사에 가탁(거짓 핑계를 댐)해 권한을 남용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북한 주민들의 형사재판 회부 시 무죄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북송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도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 논리를 심화하면 무죄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정부가 흉악범이라는 의심과 확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들을 방면하지 않은 채 재판 집행 외적으로 법률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 '북한으로 보내는 방식' 등으로 '남한 사회'와 격리할 수 있다는 논리와 같아서 법률에 따른 재판절차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는 논리"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정 전 실장과 노 전 실장은 북한 주민 북송이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법률 검토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죄가 안 되는 것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검토 결과에만 의존해 결정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검토 결과에는 유보적인 입장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들고 있는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협 방지' 목적이 실제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런 목적이 실제로 존재했더라도 이를 이유로 북한 주민들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백번 양보해 북한 주민들을 외국인이라 인정하더라도 피고인들은 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상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위법한 의사결정을 하고 집행한 배경으로 이 사건 북한 주민들이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 또한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남북이 분단된 이래 그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면서 법적 논리로는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모순과 공백이 도처에 산재해 있어 피고인들이 이를 충분히 피해가며 적법 행정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탈북 어민 2명을 청와대 대책 회의와 관계 당국 합동 조사를 거쳐 나포 5일 만에 북송했다. 탈북 어민들은 당초 '생활고에 못 이겨 남하했다'고 주장했으나 합동 조사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사실이 자백으로 드러나면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한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같은 달 정 전 실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2년 뒤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판단해 각하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한달 만인 2022년 6월,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고, 한달 뒤 국정원이 직접 나서 정 전 실장 등을 다시 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탈북 어민 북송에 관여했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라인과 국정원 관계자들을 조사한 뒤 2023년 2월28일 정 전 실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결심 공판에서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또 노 전 실장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김 전 장관에게는 징역 3년씩을 구형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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