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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오르는데"⋯GS25가 PB상품값 낮춘 이유


"얼어붙은 소비 심리 살려라"⋯처절한 초저가 PB 경쟁
가격부터 설정하고 원가 맞추는 '역설계' 방식도 활용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예를 들어 '도시락은 얼마면 사 먹겠다', '이 가격이면 다른 걸 사 먹지'라는 소비자들 나름의 기준이 있잖아요.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다 보니 그 기준에 들어와야 손이 가는 것 같아요."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정모(27)씨는 최근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자주 구매한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상품보다 가격은 저렴한데, 품질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다. 집에서 멀더라도 원하는 초저가 상품이 있다면 기꺼이 찾아간다.

GS25는 PB 상품인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 가격을 22% 낮췄다. 사진은 모델이 해당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GS25]
GS25는 PB 상품인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 가격을 22% 낮췄다. 사진은 모델이 해당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GS25]

고물가와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유통업계가 초저가 PB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초저가 경쟁'이 심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이윤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기존 가격을 낮추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최근 PB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 판매가를 2300원에서 1800원으로 21.7% 낮췄다. 원료, 성분, 맛 등 일체 변화 없이 가격만 최저가 수준으로 조정한 것이다.

리얼프라이스 닭가슴살은 지난해에만 350만개가 판매된 인기 상품이다. 그냥 놔둬도 잘 팔리는 상품의 가격을 이례적으로 낮춘 이유는 최근 소비자들의 뚜렷한 구매 패턴에서 비롯됐다. 가성비 좋은 상품을 찾아 헤매는 '듀프족'들이 늘고 있어서다. 차별화된 상품으로 저렴하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집객 효과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GS25는 대기업 대신 중소 제조사와 협업하고,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PB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뷔페 메뉴를 3990원 균일가에 판매하는 킴스클럽 '델리바이애슐리' 코너.[사진=이랜드 킴스클럽]

비교적 가격 설정이 자유롭고, 중간 마진이 없는 PB 상품에서 일반적인 유통 과정을 거스르는 방식도 등장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원가, 인건비, 마진율 등을 고려한 뒤 최종 판매가를 정하는데, 거꾸로 가격을 먼저 설정하고 원가와 마진율을 맞추는 식이다. 100원이라도 가격을 낮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같은 가격 '역설계'를 활용한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이랜드 킴스클럽에서 판매하는 즉석조리식품 '델리바이애슐리'가 꼽힌다. 킴스클럽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미리 정해놓고, 상품을 구성한다. 현재 150가지 메뉴를 킴스클럽 강남점 등 전국 8개 점포에서 3990원 등 균일가로 판매하고 있다. 상품당 마진은 줄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낮아져 상품을 더 많이 사는 점을 노렸다.

모델들이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라이브 강서점에서 홈플러스 PB '심플러스' 대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도 최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운영되던 PB를 '심플러스' 메가 브랜드로 통합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당초 이원화돼 있던 PB를 통합하고, 절감된 비용을 가격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홈플러스의 지난 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PB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6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PB 상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기 위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활용하는 상품이 늘고 있어서다. PB 품질 유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상품군이 늘어난 만큼 모든 제조사의 상품을 확인할 수는 없다고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았다. 잊을 만하면 PB 상품에 대한 판매 중지·회수 조치가 생기는 이유다. 지난달에는 이마트 PB 과자에서 금속성 이물 혼입사실이 확인돼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품질만 보증된다면 브랜드보다 가격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가격을 낮추더라도 일단 소비자들을 이끌고, 여러 개 사도록 유도하는 박리다매 전략이 경쟁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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