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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의 질주] "지갑이 술술 열려"⋯경기침체 속 '기적'


올영·다이소 지난해 매출 4조원 돌파 유력⋯'앵커' 기업으로 진화
온·오프라인 연계 효과⋯다이소 '뷰티' 도전장에 미묘한 신경전도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격변의 시기 한복판에 접어들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시대 속 소비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들은 보다 전략적인 상품기획과 마케팅으로 무장해 대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구매를 판가름하는 요소로 품질과 가격 외에 소비의 끝단까지 얼마나 잘 배송하느냐가 중요해졌다. '트럼피즘'의 득세 속에 경기 침체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은 생존과 성장을 위한 특단의 전략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비상한 움직임을 분석해 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혼자 살아서 과자나 햇반, 컵라면을 많이 사는데, 다이소가 편의점보다 저렴하던데요. 필요한 게 생기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다이소죠."(서울 관악구 거주 20대 A씨)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게 익숙해진 상황에서, 가까운 올리브영 매장에 있는 화장품을 치킨처럼 바로 배달해주니까 자주 이용하는 것 같아요."(서울 은평구 거주 30대 B씨)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성수 내부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성수 내부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와 K뷰티 선봉장 CJ올리브영이 내수 침체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오프라인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마트, 쇼핑몰이 모객효과가 뛰어난 이들 기업을 모시는 형국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소와 올리브영 모두 지난해 각각 매출 4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먼저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 매출 실적은 △2019년 2조2362억원 △2020년 2조4216억원 △2021년 2조6048억원 △2022년 2조9458억원 △2023년 3조 4605억원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4조원 돌파가 유력한데, 주력상품인 1000원짜리 물건을 무려 40억개 팔아야 달성 가능한 숫자다.

다이소의 힘은 모든 제품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으로만 판매하는 '균일가'라는 점이다. 애초 기획 단계에서 가격을 정해 놓고 원가와 마진율을 맞춘다. 유통과정을 최대한 줄이고 대량 매입해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과거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품질을 높이고 카테고리를 넓히며 '서민들의 백화점'으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온라인에도 힘을 주고 있다. '다이소몰'에 익일배송, 매장 픽업, 정기배송, 대량 주문 서비스를 도입하고,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결성도 강화했다. 단순히 가성비를 위해 찾는 곳에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다이소 매장 분위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다이소 매장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은 식품과 뷰티 매대다. 음료부터 과자, 라면, 통조림 등 식품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균일가로 판매하는데, 가격이 1000원부터 비싸야 3000원으로 저렴해 보이는 체감 효과가 있다. 실제로 편의점의 1+1, 2+1 행사 상품을 제외하면 다른 채널과 비교해 싼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오리온의 '초코칩 쿠키'는 편의점에서 1600원이지만, 다이소에서는 1000원이다.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성수 내부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서울의 한 다이소 뷰티 매대가 소비자들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다이소의 핵심 상품으로 뷰티 카테고리가 떠오르면서 올리브영과의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다이소는 오래전부터 저가형 화장품을 판매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다이소의 뷰티 상품군 매출은 지난해 1~11월 누적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50% 증가했다. 가성비를 앞세우며 젊은 층들을 공략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도 다이소에 문을 두드릴 정도다.

다만 오프라인 H&B(헬스앤뷰티) 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도는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불리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올리브영은 2021년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3년 3조원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매 분기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4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5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리브영 매장은 전국에 1300개가 넘는다.

올리브영이 K뷰티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화장품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는데, 이때 발 빠르게 움직였다. 업계 최초로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 서비스와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픽업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온라인 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27.6%까지 늘었다.

최근에는 늘어나는 물류에 대응하기 위한 유통망 확충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달 경북 경산시 경산물류센터 가동을 시작했는데, 하루 동안 소화할 수 있는 출고량은 100만개에 육박한다. 산술적으로 초당 10개 이상의 상품을 출고하는 셈이다.

올리브영 '명동 타운'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K뷰티 쇼핑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는 모습. [사진=CJ올리브영]

K뷰티를 찾는 외국인 겨냥에도 성공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입국자 수는 600만명 수준인데, 이 기간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00만명이다. 방한 관광객 10명 중 7명이 올리브영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선다. 현지에 오프라인 매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글로벌몰을 통해 누적된 현지 데이터를 국내 옴니채널 성공 공식과 결합해 K뷰티 브랜드와 트렌드를 큐레이션한 매장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성수 내부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지난해 12월 기준 500대 기업 국민연금 가입자 수 비교. [사진=CEO스코어]

다이소와 올리브영의 고공행진은 인력 지도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올리브영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1만190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4명(23%) 늘었다. 이번 조사는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했는데, 가입자 수 증가 기준 1위 삼성전자(4716명)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다이소도 같은 기간 1만2272명으로 899명(7.9%) 증가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두 기업의 성장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형마트, 면세점 등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구조조정에 나섰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소비가 다양한 브랜드로 쪼개지면서 이를 한 자리에서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올리브영의 경쟁력이 돋보이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소비를 흡수하는 유통 채널 측면에서도 경쟁 우위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매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오며 '트렌드 미디어 코리아 2025'를 펴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다이소에 가는 1000억 자산가처럼 성별이나 소득으로는 소비자를 분류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며 "그보다는 취향이 뚜렷한 옴니보어 소비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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