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잔여 임기 4개월을 남겨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최후 통첩을 보냈다. 부당 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보험사 인수 시도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4일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 결과' 발표 후 후 기자들과 만나 "해당 회장뿐 아니라 관계된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손태승 전 회장 때 벌어진 부당 대출 이후 임 회장 취임 이후에도 부당 대출이 있었고, 그에 대해선 임 회장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해당 회장 취임 후 발생한 사고에 대해 한 명의 일탈로 발생한 것인지, 조직 문화로 발생한 것인지 지적하는 의미"라는 설명도 더했다. 특정 개인의 일탈로 인한 금융 사고가 아닌 조직 문화 차원의 문제로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부통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다고 믿고 싶지만, 의지만으로 해결할 문제인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부실한 내부통제라든가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이달 내로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할 뜻을 내비쳤다.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을 밑돌 경우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이 막힐 수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 부당대출 780억원 중 451억원(61.8%)이 임 회장 취임 후에 발생했단 점, 임직원 부당대출 1604억원 중 987억원(61.5%)이 임 회장 취임 이후 취급됐단 점을 겨냥한 발언이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내부통제 실패 책임이 있단 것을 직격한 것이다.
이 원장은 임 회장이 동양·ABL 생명과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기 전 이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들 두고도 "지주 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 등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사전에 사외이사들과 의견 조율을 마친 뒤로 충분한 이사회 논의를 거쳤다는 밝히고 있다.
다만 동양·ABL 생명 인수에 대해선 이달 내로 금융위에 금감원의 의견을 전달해 3월 내로 심사 결과를 받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부당대출에 대한 제재와 M&A 평가는 별도로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단 의도다. 따라서 이번 검사 결과로 동양·ABL 생명 인수에는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이 원장은 금융지주들이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위험가중자산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금융그룹의 위기대응능력(자본 비율)이 과대평가됐다"면서 "리스크 요인을 조금 더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검사 결과에 나타난 위규 사항은 매운맛으로 엄정 제재한단 방침이다. 이 원장은 "검사결과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 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법규 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 결과 후속 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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