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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에 석유화학 업계 긴장


9조원 들여 내년 완공 목표로 생산 설비 건설 중
공정 줄이면서도 수율은 좋아 원가 경쟁력 높아
사우디 정부 소유여서 '석화 주권' 우려 목소리도
국내 기업 고부가 제품 전환 말하지만 실기할 수도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에쓰오일이 사업 체질 전환을 골자로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기초 석유화학 제품 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채산성이 낮아진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소유인 에쓰오일이 9조원이 넘은 대규모 투자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석유화학 주권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에쓰오일]
울산시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에쓰오일]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9조 2580억원을 투입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 중이다.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이달 기준 절반 가량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에쓰오일이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은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설비와 열분해기(스팀 크래커)에 있다. 통상 기존 석화 기업들은 원유를 들여와 나프타를 생산하고 다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복잡한 공정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에쓰오일은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원유에서 에틸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바로 뽑아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화 기업들의 나프타 분해 설비(NCC)와 차별화 되는 정유석유화학통합공장(COTC)이라는 측면에서도 국내 석화 기업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 COTC 공정을 활용하면 70% 이상의 수율을 뽑아낼 수 있지만 기존 석화 기업들의 NCC 수율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국내 석화 기업들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형국이다. 몇 단계의 공정을 하나로 압축한 원가 경쟁력과 수율을 극대화한 기술력 탓에 기초석화제품에서조차 발 디딜 곳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기존 국내 석화 기업은 효율이 높은 COTC 설비를 갖추지 못해 기존 NCC 설비로는 에쓰오일에 대항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석화사들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로 전환한다는 건 너무 먼 얘기고 당장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고 나면 낮은 원가에 떠밀려 가격 경쟁력을 아예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스페셜티 매출 비중을 60%까지 상향하겠다고 했지만 목표 달성 시점은 2032년이다. 특히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공급과잉 등 저가 공세에 밀려 장기 침체 국면에 놓인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업황을 볼 때 내수 시장에서조차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에쓰오일은 1976년 쌍용양회와 이란국영석유공사 합작으로 출발한 뒤 1980년 이란이 철수한 뒤 쌍용정유로 독립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쌍용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기업 아람코의 자회사인 아람코 오버시즈 컴퍼니(AOC)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AOC 지분이 63.4%다.

또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원유 장기 계약이 체결돼 있고 사우디 국가의 이해를 따질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에서도 COTC 설비 증설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석화사들에게 유쾌한 상황은 전혀 아니다"고 전했다.

한편 '샤힌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국내 10위권인 에쓰오일의 에틸렌 생산 규모는 180만t 늘어 국내 4위로 치고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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