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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왜 이렇게 많지?"...2030 여성, '탄핵 응원봉' 들고 여의도로 모인 이유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집회'에서 가장 눈에 띈 주체는 단연 2030 여성들이었다. '응원봉 부대'라는 별칭이 붙은 이들은 현장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며 여론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집회와 시위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30 여성들이 이렇게 빠르게 결집해 시위의 중심이 된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의아한 시선이 존재한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메시지와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메시지와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6일 YTN 라디오 '이익선 최수영의 이유앤피플'에 출연한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2030 여성들이 이번 집회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당선 이후부터 여성들은 매일이 투쟁"이라며 "나라가 어두울 때일수록 국민들은 밝은 것(응원봉)을 가지고 거리로 나온다고 하는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장 빛나는 것을 들고 온 그 마음이 저는 이 폭력을 이길 수 있는 사랑의 힘이라고 봤다"고 평했다.

이어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것에 '젠더 갈라치기'가 큰 몫을 했다. 협력하고 타협하고 국민들과 협동해서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대통령의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안전 그리고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쓰러져 간 그 순간에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았다"며 "그 측면에서 보면 청년들에게, 또 여성들에게는 이 대통령은 결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었던 그 시간들이 이어져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역시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성계에선 광우병 시위 당시 '유모차 부대'처럼 늘 젊은 여성들은 시위의 중심에 있어 왔다"며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갈라치기'를 이용해온 만큼 특히 많은 여성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메시지와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촛불대신 야광봉을 든 2030 여성들. [사진=연합뉴스]

이들의 분석처럼 20~30대 여성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윤 대통령을 가장 지지하지 않는 집단이었다. 한국갤럽이 11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0대(18~29세) 여성은 5%, 30대 여성은 9%에 그쳤다.

한편 많은 언론에서는 특히 2030 여성 케이팝 팬들이 시위를 주도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지만, 사실 이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1995년, 서태지와 아이들 4집에 수록된 곡 '시대유감'이 음반 사전 심의에서 가사 삭제를 요구받았다. 당시 팬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음반 사전 심의제 폐지 운동을 주도했고, 결국 제도 폐지라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팬덤이 단순한 음악 소비 집단을 넘어 사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집단으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팬덤 문화는 더 이상 오프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디지털 환경이 발전하면서 케이팝 팬들은 SNS를 주 무대로 삼아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물론, 위버스와 버블 등 아이돌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이 등장하며 팬덤 활동의 경계는 더욱 넓어졌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메시지와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체포! 탄핵촛불문화제' 에서 시민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번 시위에서 젊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진 원인은 SNS에서 팬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내며 시위를 독려한 것에 있다. 케이팝이 전 세계를 휩쓸며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만큼, 팬덤의 활동도 자연스럽게 더 활발해졌다. 인기 그룹이 증가하고 팬클럽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팬 활동을 넘어 사회적으로 더욱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윤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집회에 나왔지만, 몇몇은 지지하는 가수들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준다는 다짐으로 시위에 참여하는가 하면, 여러 가수들의 팬덤이 참가하는 집회에 우리 팬덤이 빠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소속된 팬클럽에 힘을 보태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팬덤이 모이게 되었고, 팬이 아닌 사람들조차 호기심에 시위에 참여하거나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 응원봉을 구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모습에 부모 세대는 응원을 보내고 있고, 외신은 "차세대형 민주주의"라며 치켜세웠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메시지와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에 참가한 아이돌 팬들이 들었던 응원봉.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미 코네티컷주 웨슬리언대학의 조앤 조 동아시아학 교수는 "이러한 추세는 주목할 만 하고 고무적"이라며 "한국의 젊은 세대가 무관심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상반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러한 참여와 헌신은 한국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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