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연계해 '공조수사본부'를 출범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권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위기를 불러온 이번 사태가 자칫 수사지연, 부실수사 등으로 국론을 더욱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조본은 12일 "공수처의 법리적 전문성과 영장 청구권, 국수본의 수사 경험과 역량, 국방부 조사본부의 군사적 전문성 등 각기관의 강점을 살려 상호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중복 수사로 인한 혼선과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운영 취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자체 수사의 독자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수처와 국방부 조사본부와 함께 공조본을 꾸렸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막강한 수사력에 비해 경찰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이 없어 늘 한계에 부딛혀 왔다. 최근에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청구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나라의 중대사를 수사하는 기관들이 중구난방으로 움직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건과 사법처리에 대한 신중하고 차분한 검토가 절실한 상황에서 서로가 갈라서 경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공조본 출범 이전부터 '검찰-경찰-공수처' 세 기관은 수사권을 두고 기싸움이 상당했다. 지난 6일 검찰 특별수사본부 출범 직후 대검찰청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어 지난 8일에는 공수처가 대검에 수사 중인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청했으나, 대검찰청은 이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했다. 지난 10일에는 내란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가 각각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비효율적인 수사 행태까지 연출했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이를 두고 "함께 공조 수사를 하면 그만큼 수사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경쟁 구도로 가게 되면 두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결국 수사 대상이 되는 피의자들만 좋은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공조본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합류한 공수처가 가진 기소권한은 판사·검사·경찰로 제한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군 관계자들의 기소는 불가능해, 추후 독자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기소는 결국 검찰에게 넘어간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피의자는 경찰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정도다.
공조본 설립 이후 양측의 수사는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만 해도 검찰 특수본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수도방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반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공조본 역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비화폰과 통신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김 전 장관의 비화폰을 압수하고. 경찰은 경찰대로 전날 실패한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차 시도해 계엄사령부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다.
현재의 검·경·공조본 수사가 어차피 한시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곧 특별검사 수사로 흡수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내란 상설특검'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이날 '내란 일반 특검'안도 통과시켰다.
반부패 수사 전문인 전직 고위 검찰 간부는 "특검이 발동되면 경찰과 검찰은 모든 자료를 넘겨야 하기때문에, 발동 전까지 한시적인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공조본의 구성 등 속도전으로 치닫는 것은 빠르게 성과를 내고 공을 세워 투명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양측의 합동 수사를 통해 효율적으로 역할과 사건을 배분하는 등 빠르게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검 발동 후 자신들만의 단기 성과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통해 그 기간 안에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